프랑스 고급(AOC) 와인 생산량으로는 보르도에 이어 2위인 론(Rhône) 와인 지역은 프랑스 3대 도시 리용(Lyon) 아래 고대도시 비엔느(Vienne)로부터 남쪽의 아비뇽(Avignon)까지 약 200km를 흐르는 론강을 따라 위치합니다. 론 지역은 가파른 계곡에 형성된 북부론과 강의 중하류로 내려오며 비교적 평지를 형성하는 남부론으로 나뉘는데 서로 다른 기후와 토양, 포도품종으로 전혀 다른 종류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기원전 4세기부터 로마인들에 의해 와인이 제조되었던 북부론 지역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동남향의 가파른 경사에 레드와인은 쉬라(Syrah) 단일 품종으로 대륙성 기후로 인해 매우 강렬한 와인을 생산합니다. 대표적인 마을로는 맨 위쪽의 꼬뜨로띠(Cote Rotie), 아래쪽의 에르미따쥬(Hermitage)가 보르도 와인에 견줄만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에르미따쥬는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까지 보르도 일등급 수준의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었다고 합니다.

2016년 여름 북부론 와이너리 투어시 와이너리가 운영하는 와인바에서 에르미따쥬의 대표적인 생산자 폴자블레애네(Paul Jaboulet Aine)의 아이콘 와인인 에르미따쥬 라샤펠(La Chapelle) 2007과 세컨 와인격인 라쁘띠뜨샤펠(La Petite Chapelle) 2011을 테이스팅 했었습니다. 시음적기 훨씬 이전이어서 아직 거친 타닌감의 라샤펠보다 저렴한 라쁘띠뜨샤펠이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잘 익은 타닌이 비단 같은 질감으로 화려하게 왔다가 우아하게 사라지더군요. 시음적기의 중요성을 새삼 감동적으로 되짚은 경험이었습니다.

현재 론 와인의 최고 생산지라 할 수 있는 꼬뜨로띠 마을을 대표하는 싱글 빈야드는 이기갈(E. Guigal)의 `라라라 시리즈`로 불리는 라물린(La Mouline), 라랑돈(La Landonne), 라튀르크(La Turque)입니다. 라라라 시리즈 2003, 2005, 2009 빈티지는 와인평론가 파커(Robert Parker)로부터 모두 100점 만점을 받았습니다. 현지에서 저렴하게 구입해서 공수해온 지인 덕에 저도 2005 빈티지 라라라를 맛볼 기회가 있었는데, 실크처럼 우아한 라물린과 묵직한 라랑돈, 이 두 와인의 특징이 잘 어우러진 라튀르크는 마치 보르도의 마고와 뽀이약, 쌩줄리앙 와인들의 대비에 견줄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석회암 지대의 남부론 지역은 지중해성 기후이기에 레드 와인은 맛이 강하지 않으면서 검은 과일향과 향신료향이 풍부합니다. 꼬뜨뒤론(Cotes du Rhone)은 매콤한 우리나라 음식들과도 잘 맞고 저렴한 편이어서 프랑스 한인식당들에서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는 와인입니다. 2016년말 이마트 23주년 기념 와인으로 출시된 이기갈의 꼬뜨뒤론 스페셜 셀렉션 2012는 만원대의 가격으로 작년말 송년모임의 삽겹살 구이에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레드 와인은 단일 품종을 사용하는 북부론과 달리 그르나슈(Grenache), 무흐베드르(Mourvedre), 쉬라, 쌩쏘(Cinsault), 까리냥(Carignan) 등을 블렌딩합니다. 또한 남부론에서는 북부론에서는 볼 수 없는 로제 와인(따벨/Tavel)과 스위트 와인도 생산합니다.

남부론의 대표적인 마을은 샤또뇌프뒤파프(Chateauneuf-du-Pape)입니다. `교황의 새로운 성`이라는 의미인데, 이 마을은 14세기 아비뇽에 유폐되었던 교황의 여름 별장이 있던 곳에서 명칭이 유래했습니다. 와인매니아들은 발음이 어려워서 약칭으로 CDP라고도 합니다. 다이안 레인(Diane Lane)이 주연한 영화 `파리로 가는 길(Paris Can Wait)`에서 바욘(Bayonne) 햄과 멜론을 곁들여 마신 레드 와인은 CDP 끌로데파프(Clos des Papes, 2012)입니다. 신성식 ETRI 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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