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올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제 4차 대규모점포입점관리계획을 시행한다. 다른 말로는 유통시설총량제라고도 한다. 인구대비 대규모점포가 포화상태에 달한 탓에 대형마트, 백화점의 출점을 제한하는 시책이다. 소상공인과의 상생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헌데, 얼마 전 입수한 관련 연구용역보고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대전세종연구원이 올해 연구한 `대규모점포의 효율적인 종합관리방안`이란 보고서에서 충청권의 백화점 공급면적이 구매흡인력에 비해 적다는 결과를 내놨기 때문이다.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선 현재 실시 중인 유통시설총량제를 수정·보완할 때가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규모점포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입점을 제한했지만 오히려 공급면적이 모자라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지역 경제단체에서도 날선 비판이 터져 나왔다. 대전경제실천시민연합은 논평에서 "대전 내 대형유통점이 부족하다고 결론을 도출한 것은 대기업정책에 대한 논리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된 연구"라며 연구결과를 지적했다.

시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 후 잽싸게 발뺌했다. 시 관계자에게 시책의 본래 취지에 대해 묻자 "연구용역은 연구용역일 뿐이다"라며 일축했다. 되려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는 답변을 내놨다. 시는 결국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열고 백화점은 공익적 목적에 한해 입점을 허용하고, 대형마트는 입점을 불허하기로 했다. 여론이 일자, 방향을 수정했다. 수개월 간 진행된 연구용역은 그저 해프닝으로 전락했다.

대규모점포입점관리계획은 2003년부터 5년 단위로 3차례에 걸쳐 시행됐다. 5년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아마도 그 사이 변모하는 지역유통업계의 환경 때문일 것이다. 그 안에는 소상공인의 생존권, 소비자들의 생활편의, 대규모-중소상인 간의 상생 등 다양한 이슈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으레 형식상 세우는 관리계획은 대전의 경제계를 무시하는 처사로 비쳐질 수 있다. 시가 추진하는 시책인 만큼 공적인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제 5차 대규모점포입점관리계획은 2023년부터다. 앞으로 5년의 시간이 남았다. 거꾸로 가는 유통시설총량제가 되지 않길 기대한다. 취재 2부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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