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1863년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 주, 게티즈버그 군인공동묘지에서 한 연설 중 한 문구다. 민중, 혹은 국민을 3번 연속 강조해 듣는 이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새겨 1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을 잘 드러내는 명문으로 회자된다. 민본주의, 위민정신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군주가 있다. 바로 세종대왕이다. 세종은 600년 전 무술년인 1418년 9월 즉위해 1450년 3월 세상을 떠났다. 31년여간 재위 기간 동안 농업에서부터 언어학, 음악, 법학, 공학, 철학, 경제학, 천문학은 물론 군사적인 측면까지 당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고구려 광개토왕과 함께 한민족 역사상 유이하게 대왕 칭호를 인정받는 인물로 사실상 조선이라는 나라의 레벨 자체를 두세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왕정체제를 유지했지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통치`의 이상을 품었다는 점은 현대 민주주의 시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절대왕권을 추구하던 아버지 태종과 달리 신권과 조화를 중시했고 백성이 근본이라는 정치철학을 가졌다. 세제 개혁을 추진할 때 백성 18만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사실은 동서양에서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없다. 이같은 소통의 리더십은 훈민정음 창제에서 가장 빛난다. 문자로서 한글의 우수성에는 일부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엄격한 신분제 사회의 압력을 이겨내면서 일반 국민을, 나아가 하층민을 위한 문자를 만든 마인드는 결코 폄하할 수 없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른 지방이 복속하는 지역불균형을 타파하기 위해 시도된 행정중심복합도시는 넓게 보면 세종의 마인드와 닮아 있다. 세종시라는 명칭이 우연이 아닌 셈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내건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으로 시작된 세종시는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대체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세종의 즉위 후 10갑자가 지나 다시 맞은 무술년에 행정수도로서 세종시는 전기를 맞고 있다. 국회 분원이 가시화되고 지방분권을 위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상황이 공교롭다. 올해로 집권 2년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기로 약속한 지방분권형 개헌이 올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취재2부 이용민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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