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동화 심사평

동화는 문자의 뜻으로 보자면 어린이라고 불리는 인간군의 삶을 들여다보는 문학이다. 그러나 문학사적으로 보자면 환상성, 낭만성을 품으며 거시세계와 미시세계의 비밀까지 들여다볼 수도 있는 문학이다. 그러니까 동화는 좀 더 자유롭고, 통찰력 있고, 환상적이어도 괜찮다. 투고작들은 대부분 아이들 일상을 세밀하게 그린 이야기였는데, 그것도 좋지만 자유롭고 폭 넓은 소재나 환상의 세계를 탐구하는 글이 더 나와 주어도 반갑지 않을까 싶다.

`꼬불꼬불한 라면은 매워야 맛있다`와 `그래, 생각 나`는 섬세한 작품이었다. 아이들의 갈등과 화해의 심리를 촘촘하게 잡아내는 매끈한 문장들. 맛있는 라면 냄새가 나는 듯도 하고, 살짝 풋사랑의 두근거림이 느껴지기도 하는 감각이 있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표준형으로 잘 깎아 만들어 오히려 실감 있는 생기나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주었다. 한편 `고야와 마귀할멈`, `명구의 초대`는 캐릭터가 살아 있는 작품이었다. 할머니와 염소를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고야, 이야기선생님 주의를 끌려고 갖은 말썽을 부리는 명구의 귀 따가운 외침이 들리는 것 같아 읽으면서 미소가 떠오른다. 상처 입고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잘 읽혀서 찡한 대목도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와 찡한 여운을 끌어내기 위해 장면을 늘이고 같은 에피소드를 반복하는 구성상의 허점이 발목을 잡았다. 이야기가 너무 느슨해진 것이다. 시야는 좀 더 넓히고 플롯은 좀 더 밀도 높게 짰더라면, 싶다.

당선작은 `노랑이와 할매`로 결정되었다. 솔직히, 토론 대상에 오른 다섯 편 중 지적할 점이 가장 많은 글이었다. 시점의 혼란이나 띄어쓰기 오류가 종종 눈에 띄었고, 지문과 대사의 구획이 분명치 않은 곳도 있었고, 캐릭터가 어울리지 않는 표현을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높이 평가된 점은 뚜렷이 차별화되는 상상력과 탄력 넘치는 대화들이었다. 그 대화와 지문 속에는 인생에 대한 다채롭고 따뜻한 시선도 들어 있었다. 후반부 엉뚱해 보이는 에피소드를 재치 있게 앞부분의 모티프와 연결시키면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 것도 재미있는 시도였다. 수채 구멍에서 만난 머리카락들의 수다라는 유쾌한 배경에서 통통 튀는 문장들이, 마치 안데르센의 동화를 읽는 듯했다. 지금은 약간 거칠지만 가능성이 다분한 미래의 작가라고 여겨 두 심사위원이 흔쾌히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 동의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그 외의 분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소중애(동화작가), 김서정(동화작가,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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