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단편소설 김수영 당선소감
몸이 먼저 반응했다. 발바닥이 뜨거워지더니 얼굴이 달아올랐고 머릿속까지 뜨거워졌다. 온몸이 열 덩어리로 변했다. 내 몸으로 마당에 쌓인 눈도 녹일 것 같았다.
마당으로 나가 눈을 뭉쳤다. 뭉친 눈을 두 손으로 잡고 서 있었다. 손가락 끝이 서서히 시려왔고 손바닥이 얼얼해졌다. 손바닥이 감각을 잃어갈수록 눈덩이는 작아졌다. 눈덩이는 녹아 물방울이 되었고 떨어져 쌓인 눈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렇게 내 손안의 눈 뭉치가 물 한 방울로 남을 때까지 나는 서 있었다. 눈은 온데간데없고 물만 흥건한 손, 아려오는 손을 맞잡고서야 냉정하게 나를 들여다보았다.
눈 녹인 물로 다시 얼음을 얼리듯 한 문장 한 문장을 눌러 썼다. 빨리 술술 와주는 문장도, 더디게 어렵사리 찾아오는 문장도 있었다. 문장은 나를 괴롭히고 애달프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폭설로 쏟아졌다. 문장이 쌓여 소설이 되었다. 나는 기다렸다. 소설 속 화자가 내게 말 걸어오기를. 나는 소설 속 화자와 친구가 되었고, 울고 웃었다. 상처 주고 앓았다. 싸우고 화해했다. 외로울 틈이 없었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아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아도. 내속의 소설 친구는 자라났고 일어섰다. 막 첫발을 떼었다. 서두르지 않고 오래오래 앞으로 걸어갈 것이다.
제 글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대전일보,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작품으로 조금씩 은혜 갚겠습니다.
박상우 선생님.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제 글의 뼈가 되었고, 그 뼈를 세워 소설이라는 집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소행성 B612 문우들. 날카로운 비평이 제게는 더없는 해독제이면서 영양제였습니다. 기뻐해 준 홍희정 작가님. 고맙습니다. 소식을 듣고 환하게 웃으실 부모님, 부모님의 깊은 주름살이 제 힘입니다. 마음 다해 응원해준 알피네, 해나, 해늘. 고맙고 사랑해.
1957년 서울 출생.
충남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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