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단편소설 심사평

올해 응모한 소설들은 동시대에 첨예화된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많았다. 가령 젊은이들의 탈한국 욕구와 실업 사태, 성범죄, 학내 폭력, 탈북자의 삶 등을 저마다 이야기체로 구성하면서 적극적으로 현실에 반응하고 가담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작품들이 자기 스타일을 갖추지 못한 채 익숙한 패턴의 서사 구성방식을 빌려 거기에 안주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기시감이 반복되면서 호소력이 약화되는 현상을 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종심에서 논의된 작품은「장씨의 겨울나기」,「나비를 그리다」,「애도의 방식」이상 세 편이었다. 우선「장씨의 겨울나기」는 중국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북한을 탈출해 남한 달동네에 정착하게 된 오십대 장 씨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병든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고리사채업자에게 자신의 삶을 저당잡히게 된 주인공을 통해 작가는 우리 사회의 병든 이면을 적나라하게 들춰낸다. 그러나 익숙한 패턴의 서사구성 방식에 쉽사리 이야기를 내주면서 신인에게 요구되는 참신함과 독창성이라는 덕목을 끝내 확인할 수 없었다.

「나비를 그리다」에 대해서도 같은 얘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은 성폭행 피해자인 아내를 둔 남편의 이야기로, 문신을 소재로 한 세밀하고 짜임새 있는 문장을 갖추었음에도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대신 예상 가능한 학습된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분명 고투의 흔적이 엿보이지만 동시에 안이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당선작으로 결정한「애도의 방식」은 탈가족 사회에서의 유사가족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색다른 화법을 제시하고 있다. 시체 해부학에 관한 디테일한 서술을 문체로 환원시키면서 자기만의 고유한 서사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또한 거리화된 시선을 통해 화자와 이야기 사이에 놓인 긴장을 끝까지 잘 유지하고 있다. 동거자였던 `이언`의 죽음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짜임새가 다소 약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관계에 내재된 유대감을 극단적이고 실험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만하면 신인으로서의 패기와 자격을 갖추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쓸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모쪼록 정진할 것을 부탁한다. (문학평론가 임우기. 소설가 윤대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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