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조 시절 명재상 서애 류성룡이 도체찰사로 있을 때 일이다. 각 고을에 발송할 공문을 역리에게 주어 전달하게 했는데 사흘 후 그 공문을 수정할 일이 있어 회수하게 됐다. 그러나 불과 사흘 만에 공문을 수정해서 다시 내려보내야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역리는 이전 공문을 각 고을에 보내지 않고 그냥 가지고 있었다. 이에 류성룡은 다행이라는 생각과 괘씸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 따져 물었다. 역리의 게으름에 역정이 난 것이다. 그래서 왜 공문을 내려보내지 않았느냐고 화를 내자 그 역리가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문이 고쳐질 것이라 생각해 사흘을 기다린 후 내려보내려 했습니다"라고 했단다. 조선공사삼일은 조선의 정책이나 법령이 사흘 만에 바뀐다는 뜻으로 한 번 시작한 일이 오래 계속되지 못함을 일컫는 말이다.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평소처럼 달력 한 장을 넘겼을 뿐인데 1년 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2017년 정유년을 보내고 희망찬 2018년 무술년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은 제야의 종 타종행사나 새해 맞이 명소를 찾았을 것이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올해 이룰 목표와 다짐을 한다. 하지만 절실한 다짐과 달리 얼마가지 못해 도처에서 흔히 듣리는 말이 있는데 바로 작심삼일(作心三日)이다. 한번 시작한 일이 오래 계속되어 가지 못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작심삼일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결심한 것을 사흘이 되지 않아 접어버린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흘을 두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새해가 되면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본다. 이루고자 했던 많은 꿈들을 성취했거나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 번 먹은 결심을 끝까지 지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 달력을 펼쳐놓고 한장 한장 넘기면서 볼펜으로 계획과 목표 등에 대해 메모를 해 놨을 것이다. 작심삼일로 끝날 것 같으면 작심삼일을 다시 반복하면 된다. 새해에는 자신의 뜻을 이루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황진현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