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망의 무술년(戊戌年) 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꿈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학생은 좋은 학교에 진학을, 청년은 좋은 직장에 취직을, 그리고 어떤 사람은 금연에 성공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새해를 맞아 보다 행복한 삶을 이루고자 저마다 포부를 갖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우리는 어떠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가? 그것은 아마도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만일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 간에 대화가 이루어지고 관계가 개선된다면,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6자회담에 복귀해 비핵화를 향한 진일보한 진전이 이루어진다면, 그리고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개혁개방의 길에 나서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기 시작한다면 그 이상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김정은은 그의 유일한 희망인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사회적으로 취약해진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그리고 미국과의 협상에서 전략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어떻게든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작년 한 해 국제사회의 반대와 제재를 무릅쓰고 강행한 6차 핵실험과 17회에 걸친 미사일 도발이 이를 말해준다.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의 길에 나설 것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강제하고 있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판단 하에 기존의 `전략적 인내`에서 돌아서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을 끌어들여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밝히면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핵 시계를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의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만일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실시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한반도 위기설이 불거질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북핵 문제를 놓고 협력했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심상치 않게 변화하고 있다. 작년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끌어들여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자 경제보복을 보류하고 남사군도 문제에 대한 개입을 자제하면서 중국으로 하여금 대북 제재를 강화하도록 유도했다. 북핵 문제를 놓고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모색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카드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판단한 미국은 대중정책의 기조를 바꾸고 있다. 미국은 작년 12월 공개한 `국가안보전략서`에서 중국을 미국의 영향력에 도전하는 경쟁국가로 규정했다. 그리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과 호주, 인도와 4자협력을 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 기조가 협력에서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지정학적 경쟁에 돌입한다면 한반도 안보는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 미중 간의 강대국 경쟁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중 협력 틀이 깨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고, 미국은 더 이상 압박에 의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군사적 옵션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반도는 지금 이중의 복합적 안보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거부로 인한 위기 가능성에 더하여 미중경쟁에 의해 야기될 위기 가능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현재의 안보상황은 위중하지만 어차피 주어진 현실로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얼마나 지혜롭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평화로운 북한 비핵화`는 그 가능성 여부를 떠나 새해에 즈음한 모두의 소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창희 국방대 군사전력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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