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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병배 칼럼] 이완구, 살아나다

2017-12-27기사 편집 2017-12-27 18: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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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전 총리가 죽다 살아났다. 일이 터지자 세상인심은 한동안 그를 끝난 것처럼 여겼다. 30개월 남짓 잊힌 인물에 대해 최고법원은 지난 주말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상고심이 원심인 2심 판단을 수용함으로써 혐의가 벗겨졌다. 그 즉시 그의 정치심폐는 박동을 시작했다. 조금 자극적인 화법을 쓰면 죽었다 회생했다. 토설하라 다그치는 식의 규문주의적 재단 시대였다면 버거웠을지 모른다.

피고인 딱지를 뗀 이 전 총리에게 필요한 것은 호흡을 가다듬는 것일 터다. 당면한 정국 현실은 그를 쉬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읽힌다. 해를 넘기면 지방선거 시계가 속도감 있게 돌아갈 판인 데다 친정인 한국당은 어떤 형태로든 정치시동의 공간을 열어줄 가능성이 크다. 지역 보수진영도 반색하는 빛이다. 맏형 노릇하던 그가 현업 정치에 복귀하면 여권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복원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 전 총리는 한국당 눈높이에 맞는, 손색 없는 즉시 전력감으로 지목된다. 그는 선출직 공직이력 면에서 무패행진 기록 보유자다. 고감도 승율은 대중을 추동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이어서 이를 선거 때 전개할 경우 한국당 화력은 증강될 것이다. 문제는 이 전 총리 마음의 행로다. 스스로 방아쇠를 당길 요량이면 명분과 논리를 가다듬고 나서 공략 포인트를 특정하면 된다. 반대 상황과 경합할 수도 있다. 명예회복 차원의 등판론과 자중론 사이에서 내적으로 갈등한다면 상황은 여의치 않아진다.

이 전 총리는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상당한 기회비용을 지불했다. 대통령 다음 최고공직인 총리직에서 70일만에 내려왔고, 이후 기소되면서 정치 동면기를 보냈다. 짧지않은 세월이고 탈진 지수가 극에 이르렀을 것임은 미루어 짐작이 간다. 그렇기에 대법원 무죄 확정은 이완구표(標) 정치의 재개를 중의한다고 보는 것도 과잉해석은 아니다. 정치 물을 그만 먹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고 또 그래야 할 합리적인 사유도 찾아지지 않는다.

변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정치적 변동 국면에서 그의 선택은 대체로 적중했고 특유의 정무적 감각이 작동했다. 그러다 이 전 총리는 격랑에 휩쓸려 들었고 정치적 몸살은 혹독했다. 그 와중에도 속절없이 무너지지 않고 버텨냈다. 그가 부닥쳐온 형사재판도 엄연히 정치역정의 한 페이지를 구성하는 굳은 살 같은 것이다. 그의 정치 삶의 반전 서사(敍事)가 압축 파일 형태로 내장된 곳이며 차후 이게 어떻게 풀릴지도 관건이다.

정치인이 평탄대로만 달리면 사람들은 싱거워하기 십상이다. 시샘이든 무엇이든 이 전 총리를 그런 보편그룹으로 분류하려는 이들이 있었다. 그 점에서 이 전 총리가 신고를 삭이고 나면 그때부터 정치 2기가 열리는 효과가 수반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로선 이질의 항체가 생성된 셈이고 이제는 웬만한 외적 오염원에 대해선 강력한 구축성을 획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때 마침 정국 상황과 정치지형의 유동성 심화로 그의 존재감은 커졌고 접촉면도 확장됐다. 내부 정돈이 덜된 한국당 입장에선 이론의 여지가 있을 리 없다.

대법원 판결로 이 전 총리 개인 정치사는 전·후장으로 구분돼야 맞을 듯하다. 총리직에 오를 때까지는 그의 정치 역정은 이를테면 연대기적 편년체로써 축약될 수 있다. 송사가 종료된 이후엔 사정이 변경됐다고 볼 수 있다. 이와 연동되는 남은 서술 양식은 기전체에 가까워진다. 사료가 넉넉한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다. 그가 앞으로 채워나가기 나름이겠고 스토리 텔링 여지에 부족함이 없다.

이 전 총리에게 여러 제안 및 협상 카드가 배달돼 올 것으로 보인다. 가능하면 비(非)탄력적인 국지전 공간에 스스로를 가두는 결정은 삼가는 게 낫다. 개인기로 정치할 군번은 지났다. 당분간은 숙려의 시간을 갖고 정치권에 연착륙하는 그림이 자연스럽다. 그가 조준함 직한 영점 표적지도 많아졌다. 검찰 문제, 권력구조 개헌, 행정수도 견인 등 정치적 유상증자 종목이 즐비하다. 적시에 시가 발행으로 자본금을 불려 놓으면 그게 어디 가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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