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이발 봉사를 실시하고 있는 이길만씨. 사진=을지대병원 제공
을지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이발 봉사를 실시하고 있는 이길만씨. 사진=을지대병원 제공
"봉사를 통해 몸이 불편한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을지대병원 중환자실에는 몸을 가눌 수 없는 환자들의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사랑의 이발사가 있다. 대전 유성구에서 국제이용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길만(72)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씨는 1년 전 자신의 이발소에 손님으로 찾아온 홍인표 을지대병원장으로부터 중환자실 환자들의 어려움을 전해 들었다. 이후 매달 넷째 주 수요일이면 중환자실을 찾아 환자들의 머리카락을 다듬어주고 있다.

이씨는 "생사를 넘나드는 중환자실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이발 봉사를 하기로 결심했다"며 "하지만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있어 잔뜩 헝클어진 채 긴 환자들의 머리를 처음 깎을 때에는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번 병원에 방문할 때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젊은 환자를 만나게 되는 데 이 환자는 이발을 마치고 나면 수줍은 미소로 감사의 인사를 대신한다"며 "그 환자를 볼 때마다 자식 같은 마음이 생겨 눈시울이 붉어진다"고 밝혔다.

이씨가 이발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40여 년 전 일이다. 우연찮은 기회를 통해 고아원에서 이발 봉사를 하게 된 이씨는 자신의 작은 재능이 누군가에게 큰 기쁨이 된다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게 됐다.

이후 지금까지 일주일에 하루, 이용원이 쉬는 날이면 빠짐없이 사회복지시설이나 요양원 등을 찾아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 또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독거노인 집에도 직접 찾아가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씨는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로 사람들이 기쁨을 느끼고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너무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봉사활동을 계속 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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