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납품 지진관측 장비 입찰이 짬짜미로 얼룩져 있다는 뉴스는 충격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어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희송지오텍과 지디엔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5억 8500만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2011년 3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조달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실시한 계약금액 78억 원 규모의 지진관측 장비 구매 등 입찰 9건에서 담합했다. 서로가 대신해 발주처에 제출할 제안서를 작성해 전달하거나 높은 가격을 써 상대가 낙찰 받도록 하는 식이었다. 2년 여에 걸쳐 10건 가까이 짬짜미했다니 고질화한 비리다. 나랏돈을 빼돌린 것도 그러려니와 참사의 화근이 될 짓을 서슴치 않았다는 점에서 철퇴를 맞아 마땅하다.

지진이 잇달아 발생하고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국민 불안은 커져 가는 현실이다. 최근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스포츠센터 화재는 인재(人災)형 참사였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건물 외벽은 불에 잘 타고 유독가스를 뿜는 스치로폼과 합판으로 채워진 드라이비트를 썼다. 수원 오피스텔의 큰 불도 당시 현장에 방화포 등을 설치하지 않고 작업하다가 주변 가연물로 불이 옮겨 붙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익에 눈이 멀어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채 그때 그때 넘어가려다가 화를 키웠다. 더구나 국민 안전이야 어찌됐든 돈에 혈안이 된 지진관측 장비 입찰 비리는 도를 넘었다.

그동안 잦은 고장과 오작동을 일으킨 원인이 짬짜미에서 비롯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데다 공공기관과의 유착 의혹도 제기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발생한 지진 중 관측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경우가 402차례에 달한다. 대부분 장비 고장 오류(181차례) 탓 이었다. 담행 관행을 깨부수는 것과 더불어 유착 의혹을 파헤쳐야 적폐를 뿌리 뽑는다. 포항 강진 여파로 지진 공포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관측이 엉망으로 이뤄져선 조기 대응이 물 건너가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온전한 관측 장비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지진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는 첫 걸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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