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에서 발생한 `살묘남` 사건 등 동물학대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동물학대범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또 동물보호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져 지난 9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됐지만 핵심 내용은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에서 60대 남성이 상습적으로 쥐약이 든 생닭고기를 길 고양이에게 먹이로 줘 수십 마리를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학대행위를 목격하고 항의하는 사람에게는 "죽여버리겠다", "더 독한 약을 놓겠다"는 말로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월 충남 천안에서는 임모(25)씨가 길 고양이에게 끓는 물을 붓고,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지지는 등 학대하는 현장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동영상을 유포했다.

동물학대가 잇달아 발생한 데에는 솜방망이 처벌과 인터넷 상의 무분별한 동영상 유포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국내에서 동물학대로 징역형을 받은 사례는 없다. 벌금형이 고작이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동물학대죄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다. 동물 유기 과태료도 100만 원 이하에서 300만 원 이하로 상향조정 됐으며, 유기동물을 판매하거나 죽일 목적으로 포획하는 행위도 학대 행위에 새롭게 포함됐다.

문제는 개정된 법도 주인이 없는 동물을 학대하거나 살인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의적으로 독극물을 섞은 먹이를 주고 길 고양이가 죽더라도 사체를 증거물로 제시해야만 수사를 할 수 있고, 학대범을 잡더라도 쥐나 벌레를 잡으려고 했다는 핑계로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학대행위를 넘어 학대영상을 SNS로 공유하고, 사회적 비판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는 것이다.

26일 포털사이트에는 길 고양이의 목을 조르거나 햄스터를 물에 빠뜨리는 등 다수의 영상이 버젓이 게재 돼 있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은 동물학대를 살인·방화·강도 수준의 중대범죄로 취급하고 있다.

동물을 고의적으로 고문하거나 학대하면 최대 징역 10년에 처해지며, 애완동물을 15년 동안 소유할 수 없도록 조치한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반려동물 천만 시대에 동물과 인간이 상생하기 위해서라도 동물권 향상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며 "담당부처 역시 축산물을 생산 가공 유통하는 농식품부가 아닌 환경부 등 연관성이 있는 부처로의 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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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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