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돈돈 돈 봐라. 못 난 사람도 잘난 돈, 잘 난 사람은 더 잘난 돈, 생살지권(生殺之權)을 가진 돈 …. 얼씨구 좋구나,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돈 봐라."

판소리 흥보가의 `돈타령`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흥보의 가락처럼 돈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돈에 웃고 돈에 우는 인생살이, 돈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중요한 건 분명하다.

돈이 풍기는 이미지는 부정적인 쪽에 더 가깝다. 돈이 인간성을 멀게 할뿐 아니라 온갖 수단을 써야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잠재의식속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돈도 다른 많은 문명의 이기(利器)처럼 그 자체로는 `가치 중립적`이다. 사람 하기 나름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만약 돈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사람들의 생활은 엄청나게 불편할 것이다. 쌀농사를 짓는 사람은 신발을 얻기 위해 쌀가마를 지고 쌀이 필요한 신발 장수를 찾아다녀야 한다. 쌀이 남아도 몇 년씩 쌀을 저축해두기 힘들다. 돈이 없으면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힘들뿐더러 발전도 가능하지 않다. 돈의 발명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삶의 질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이다. 돈(화폐)은 일상적인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자산을 뜻한다. 사람들의 생활이나 욕망 만족에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의 거래, 채권이나 채무 관계의 청산 등에 꼭 필요하다.

화폐는 `교환의 매개`(medium of exchange), `가치의 척도`(unit of account), `가치의 저장`(store of value) 기능을 갖고 있다.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욕망의 불일치` 문제를 해소시켜주고, 상품의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함으로써 거래를 편리하게 만들며, 현재의 가치를 미래로 이전시킴으로써 저축이나 투자를 가능케 해주는 것이다. 화폐는 `사회적 약속의 산물`이다. 사람들이 아무런 의심없이 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재화나 다른 무엇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다.

화폐는 개인 생활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적으로도 큰 역할을 한다. 나라경제 전체에서 유통되는 화폐의 양,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화폐량이나 금리(이자율) 등이 성장이나 물가, 무역(수출입, 국제수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자(율)는 돈을 빌려 쓴 데 따른 대가로 `돈의 가격`이다.

화폐의 형태는 경제발전과 궤를 같이 해 상품화폐·금속화폐·지폐·전자화폐·가상화폐(암호화폐) 순으로 발전해왔다. 상품화폐는 조개껍데기, 소금, 가축, 밀 등 화폐기능을 한 상품이다. 상품화폐는 일일이 거래장소까지 가져가야 하는 불편이 컸다. 그래서 나온 것이 금, 은, 구리 등 금속으로 만든 금속화폐이다. 금속은 운반하기 편리하고 위조가 어려우며 변질도 되지 않아 편리했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화폐 수요는 늘었는데 귀금속 생산은 따라가지 못해 화폐가 필요한 만큼 공급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지폐는 제조비용이 적어 공급량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지폐가 금이나 은처럼 고유의 가치가 없다는 문제점은 정부가 그 가치를 보증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종이조각에 불과한 지폐를 화폐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정부의 보증 덕분이다. 그래서 이를 법화(legal tender)라고 한다.

현대에 들어와선 신용카드, 모바일카드와 같은 전자화폐의 탄생으로 실물화폐는 점차 퇴장하고 있다. 게다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까지 등장함으로써 실물화폐의 위상은 더욱 약해질 처지이다.

한국조폐공사에서 운영하는 화폐박물관은 세계와 우리나라의 화폐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문박물관이다. 화폐박물관 벽면에는 돈과 연관된 커다란 글판이 걸려있다. 현재는 `양입제출`(量入制出)이라는 글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수입을 헤아려 지출을 계획하라`는 뜻이다. 절도있는 씀씀이가 돈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는 길이다. 강현철 한국조폐공사 홍보협력실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