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안의 맛인 줄 알았다

맛도 안이 있고 바깥이 있었다

붉은 혀를 버리는 나무

저것은 단식이 아니라 절식이다

한 며칠 단식의 끝, 침이 고이지 않는다

혀를 데리고 멀리 간 이름에 통속의 맛이 들어 있다

재치기 끝의 밀리그램맛

가려움 뒤 붉은 흔적의 그램맛

스침 후에 붙어 있는 킬로그램맛

격렬한 맛인 통증의 톤맛

뒤끝이 모여 있던 며칠간의 복통

맛을 모르는 곳에서 탈 난

창문은 항생제다

풍경을 오래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부위들이 혈관 속으로 숨어 버리고

팔엔 맛없는 맛만 남아 있다

맛의 질량이라니. 맛에도 무게가 있다는 게지. 하기야 와인 맛을 해비하다 하고 라이트하다 하니까. 발상의 전환은 그런 거다. 이 시는 그렇게 발상의 전환으로 출발하고 있다. 그게 모든 비유의 출발이다. 가령, 멋의 질량이나 눈빛의 질량, 분노의 질량이나 미소의 질량. 또 느낌의 질량. 이렇게 질량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쪽으로 과감하게 달려가는 상상력과 순발력. 그리고 집중력과 재치까지. 그러니 시도 강한 모험심 있어야 잘 쓸 수 있는 법. 때로는 절벽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는 시점에 폭발하는 것. 그 벤처정신이 애플을 만들고, 아이폰을 울리고, 스마트폰을 터트렸지.

그래서 시인 신동엽과 스티브 잡스는 통하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비본질적인 것을 벗겨내고 단순화를 통해 본질을 꿰뚫어내려 시도했다. 신동엽은 그 많은 껍데기를 벗겨내고 알맹이를 찾으려했다, 또 스티브 잡스는 회로의 복잡한 구조를 단순화했다. 그 핵심에는 시가 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맛에도 안과 밖이 있다고 하니. 시와 시정신의 핵심은 곧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 들리지 않는 것을 듣고 또 남들이 느낄 수 없는 것을 느끼는 일이니. 그대는 맛의 표정과 맛의 그림자, 맛의 뒷모습도 보라. 김완하 시인·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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