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 3월 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에서 낭독한 주문이다. 2017년은 격동의 해였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현직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 실세들이 줄지어 구속되고 조기대선으로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연인원 1600만 명이 참가한 촛불집회가 없었다면 며칠전(19일)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했다.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국가정부원 사이버 외곽팀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올려대는 댓글로 대선 막바지를 흔들어대며 문재인에게 2연패를 안겼을 지 모른다. 어쩌면 홍준표가 당선됐을 수도 있다. 그는 아마도 북의 핵 위협에 맞서 전술핵 배치를 추진했을 것이다. 원전 추가 건설에도 매진한다. 국정교과서도 추진된다. 어쩌면 반기문이나 안철수 중 한 사람이 합종연횡으로 당선됐을 수도 있다. 촛불이 없을 경우를 가정한 `어쩌면 정치공학`이다.

촛불혁명은 이 나라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과 불평등 해소라는 두 가지다. 달라진 것과 달라지고 있는 중이다. 겸찰도 경찰도 서로 인권지킴이가 되겠다고 경쟁한다. 최승호 MBC사장이 채용된 것은 권력에 마취된 언론 적폐 청산의 분기점이다. 7년 동안 청와대 권력의 충직한 시녀, MBC다.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9시 뉴스 시작과 동시에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땡전뉴스`의 코스프레다. 세월호 보도참사는 극치를 보여준다. 목표 MBC 보도국장이 여러 번 전원구조가 아니라고 해도 반복적으로 `전원구조`라고 오보를 내보낸다. 청와대와 국정원의 개입이다. KBS 공범자들도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 부역자들이다. 이 와중에도 황색언론은 춤춘다. 문재인의 혼밥 홀대 프레임을 만들며 `나 아직 괜찮음`를 넛지한다. 국정원이 연출한 노무현의 논두렁 시계사건 기시감이다. 국정원 댓글 조작 지시 혐의를 받는 이명박은 "정치보복이며 감정풀이"라고 맞받아 친다. "다스가 누구 거냐?"는 질문에도 "왜 내게 묻냐"고 딴청이다. 두둔하는 이들도 득실댄다. 청산해야 할 적폐도 있지만 계승해야 할 성과도 분명히 있다는 거다. 설령 과오가 있을지라도 전체를 적폐로 매도하지 말라 한다.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국민들은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이어진 권력이동의 수상쩍은 과정이 궁금하다. 적폐청산이 아니라 법대로 하자는 것일 뿐이다. 주권 침해 참상을 알고싶다. 필요하다면 내시경으로 들여다보고 싶은 심정이다.

촛불은 불평등 문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라는 거다. 일자리와 소득주도성장의 개혁 어젠다다. 성경륭 교수는 약자를 포용하고 함께 성장하는 `포용국가`가 그 바탕이라고 역설한다. 고용과 경제, 복지, 교육, 나아가 저출산과 온난화, 사회분열과 갈등까지도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회보장과 소득 분배, 노동의 경영 참가로 포용성 확대와 혁신성을 끌어올린 노르딕 국가를 모델로 제시한다. 하지만 현실은 후련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사회안전망도 열악하다. 청년수당은 언발 오줌누기다. 청년 다섯 명중 한 명은 실업자다.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건 극히 일부다.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한다. 초임도 대기업 절반 수준이다. 연예, 결혼, 취업 포기가 만연한다. 일상의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방 분권은 먹고 사는 일상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체제다. 사회적경제가 모범답안이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과 같은 공동의 이익이라는 사회 경제적 연대 확대다.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이익이 가능한 구조, 그러면서 상호협력과 사회연대를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 경제조직이다. 대학, 기업, 지역문화와 사람을 연결하는 사회공동체를 담아내는 정신이 곧 분권 성공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새정부가 들어선 지 6개월 지났다. 허니문 기간도 다 됐다. 지금 까지가 예비고사였다면 지방분권 개헌이라는 본 고사를 앞두고 있다. 우리는 여러 차례 시민주권을 가로채기 당한 뼈아픈 경험을 거울삼아야 한다. 이승만을 하야시킨 1960년 4·19 혁명은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로 차지한다. 전두환의 `서울의 봄` 탈취는 300여 명 광주시민의 무자비한 희생 위에 성취되었다. 87년 민주항쟁은 6.29 선언으로 직선제 개헌은 됐으나, 노태우가 하이재킹했다. 부디 새해에는 다시 촛불을 드는 일이 없길 바라며. 이찬선 천안아산취재본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찬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