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절망스러운 건 이 도시에선 누구보다도 먼저 저놈이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과 첫 입맞춤을 하리라는 것이다. 아무리 부릅뜬 눈으로 새벽을 지킨다 해도 저놈이 허리를 곧추세우고 있는 한 나는 그저 놈이 흘린 햇살 조각이나 만지작거릴 수 있을 뿐…"

박일환 시인은 `한밤중에도 허리를 굽히지 않은 타워크레인`이란 제목을 통해 허허벌판에 우뚝 서 있는 타워크레인을 이처럼 묘사했다. 크고 아름다운 덩치와 그 특유의 생김새, 단순한 형태 때문에 거대한 콘크리트 성벽 사이에 파묻힌 가위손 같다거나 외팔십자가처럼 보는 사람도 많다. 멀리서 보면 `저게 무슨 일을 할까` 싶지만 순식간에 수 톤이나 되는 자재와 장비를 조용히 하늘 높이 들어 올리는 모습은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한다. 타워크레인은 크레인의 한 종류로 말 그대로 타워형으로 돼 있는 크레인이다. 일반 크레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타워(탑) 위에 크레인이 달려있는데다 어느 정도 자유로운 크레인 트럭과 달리 이 크레인은 하나하나 쌓아올려진 타워에만 고정돼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 같은 고층 건물 건설현장에는 반드시 필요한 중장비다.

작업을 하기 위해 올라가는 일도 쉽지 않아 위험을 무릎쓰지 않으면 안 된다. 타워 위에 올라가 있을 때 갑자기 예상치 못한 강풍이나 지반이 불안정해지는 등의 이유로 타워가 옆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중간에 무언가에 부딪치거나 긁혀 충격이 완화되지 않는 한 살아날 확률은 전혀 없다. 이 때문에 타워크레인 운전기사의 연봉이 1억 원이 넘는다.

그저께 경기도 평택에서 타워크레인 사고로 1명이 또 사망했다. 경기도 용인 물류센터 공사현장 타워크레인 사고로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지 9일 만이다. 올해만 6번째 사고가 나 모두 17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타워크레인 사고 원인은 노후장비 탓이 가장 크다. 전국 2117대의 크레인에 대해 연식조사를 한 결과 109대가 허위로 연식을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다. 정부는 10년이 도래한 크레인은 주요부위에 대한 정밀검사를 의무화하고 15년 이상은 매 2년마다 비파괴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토록 하는 안전대책을 내놨다. 크레인 사용연한을 원칙적으로 20년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정부가 크레인 안전대책을 보다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대책 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곽상훈 취재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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