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중학교 때 약체로 태어난 내가 이소룡 사진을 품고 무술도장을 전전하던 기억난다. 상상과 현실은 엄연히 달랐다. 체격조건이 좋은 친구들은 빠르게 타격술이 늘어가는 반면 나는 도복에 신경 썼다. 태권도 도복은 영 폼이 나지 않았고, 다시 찾은 곳이 국술원이었다. 검은 색이라 폼이 좀 났나보다. 마지막으로 찾는 의상은 쿵푸 도복이다. 폼 났다. 왜 이랬을까. 당시 도복이 의상으로 보였고 이는 상상을 구동하는데 필요한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이는 상상력의 잘못된 활용으로 좋은 예시가 되겠다. 한편 이 과정을 통해 굳은 관념이 하나씩 녹아 나가면서 부조리하고 모순된 세상의 이론과 현상을 유심히 보게 됐다.

무술영화가 나를 속인적은 없었다. 내가 속은 거지. 좋아하면 의구심을 갖지 못하고 맹목이 되는 것이다. 왜 의심하지 않을까.

사극 영화의 사실여부를 지적하면 픽션에 딴죽 걸지 말라고 한다. 픽션인걸 알면서도 믿게 되는 것이 사람인데 그냥 즐기라고 한다. 누군가는 이 매체를 이용해서 대리전쟁을 치르고 문화 권력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야기를 감상할 때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런 상상은 관념이 현실을 비켜간 것이다. 유심히 보고 탐구한다면 세상이 얼마나 모순과 부조리함으로 지탱하는지 알게 된다. 물은 바닥이 울퉁불퉁해도 늘 수평을 이루는데 지구가 둥글다는 것에 의심을 품지 않는다. 지구가 둥글다면 물을 붙들 수 없지 않은가. 중력이 붙들고 있다고? 관여하지 못할 영역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강한 것 같다. 또 있다. 우주로 나간 위성이나 로켓들도 응원만 받았지 의심을 받은 적이 없다.

진공에서 어떻게 불이 붙어 추진력을 낼 수 있는가 말이다. 음모론에 갇힌 것 같은가?

현실과 멀다 싶으면 실용을 택하는 심리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 생각해본다면 믿고 싶은 이론이 옳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을 발견 할 것이다. 실용만 붙들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욕구 때문에 정신세계와 사유의 움직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인간의 오감으로 인지할 수 있는 범위는 우주에서 중국 황하강의 모래알갱이 하나에 불과 한 것인데 단단한 확신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이시우 연극배우 겸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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