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가해자의 처벌 수위를 정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전문성이 떨어져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학교에서 학폭위를 개최하는 것보다는 해당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 산하에 전담 기구를 두고 객관적 판단이 가능한 전문가들을 위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8일 대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지역 전체 학폭위 위원 구성은 학부모가 57.3%, 교원이 27.5%로 위원 10명 중 학부모와 교원이 8명 이상을 차지했고, 법조인·의료인·경찰은 5% 내외에 불과했다. 전국적으로도 이와 비슷하다. 같은 기간 전국 학폭위원 9만 7415명 중 경찰과 법조인, 의료인은 12.2%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11%는 학교전담경찰관을 배치한 것으로 사실상 학교별로 외부 전문가를 구성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학부모와 교원들 위주로 학폭위가 구성되다 보니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학교 안에서 발생한 사건은 상황을 파악하기가 수월하지만 학교 밖 사건의 경우 실체 파악이 어렵다. 그렇다고 교사가 일을 제쳐두고 경찰처럼 사건에 대한 수사를 벌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처벌 수위를 정하기는 쉽지 않다. 학교장의 의견이나 가해 학부모와의 친분관계 등으로 처벌 수위가 정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원인이다.

대전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A교사는 "학교 안팎의 사안을 모두 다루는데 학교 안 사건은 객관적으로 목격한 학생들이나 교사들의 목소리를 듣기 수월한 반면 학교 밖 사건은 상황을 파악하기 조차 어렵다"며 "이런 사안에서 수사하듯 사건을 파헤치는 건 학부모나 교원으로서는 불가능 한 일이다. 교장이나 학부모들의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위 학교의 `학폭위`를 없애는 대신 시·군·구 산하에 `학교폭력대책기초위원회`를 설치해 담당토록 하고, 시·도 `광역위원회`는 현재 이원화된 재심청구 심의·의결을 전담하도록 하는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앞서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도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에 설치하는 방안을 골자로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전교조 대전지부 관계자는 "학폭위 구성권한이 학교장에게 있어 대부분 학생주임 선생이 참여하다보니 피해, 가해학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봐오던 담임교사나 가장 친했던 교사도 개입할 수 없다"면서 "학교에서 자체구성한 학폭위는 학교 명예실추 등을 우려해 결국 사건을 축소하고 마무리하기 급급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 선생님들이 학교 밖 사건까지 관장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부담이 크다. 교과목을 담당하는 교사가 학교폭력 사건을 다루는데 전문성이 있을 수 없다"며 "학폭위를 시교육청 산하에 두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두는 방향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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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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