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가 하나의 곡을 창작하고, 그 곡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도를 잘 표현해서 연주함으로써 곡을 쓸 때의 의도가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 온전히 전달되길 바라며 악보의 곳곳에 코멘트를 달기 시작한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음악용어`이다. 이러한 음악용어에는 빠르기를 나타내는 용어도 매우 많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용어가 악상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그만큼 작곡가들이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세부 악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음악을 연주할 때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한다는 것은 테크닉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아무리 테크닉이 완벽한 연주자라 할지라도 그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악상이 없이 건조한 연주를 한다면 청중에게 감동을 주는 연주를 할 수 없고, 결국 훌륭한 연주자가 되지 못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이것은 동일하게 작용한다. 아무리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고 다양한 말의 테크닉을 가지고 있더라도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한다면 훌륭한 관계를 맺기 어려워진다. 특히나 사람과의 관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숨겨진 부분도 많기 때문에 겉으로 대화를 잘 이끌어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실상 그 대화가 아무런 가치가 없는 대화일 때도 많다.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형성할 때, 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고민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연주자가 곡을 분석하고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것을 표현해내기 위해 연습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그것을 간과하고 상대방을 알기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거나, 혹은 나의 생각대로 상대방의 말을 해석하고 나의 해석대로 상대방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상대방을 제대로 알 수 없어 오해가 생기고 그것이 또 다른 3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연주자가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것을 자신의 표현과 잘 어우러지게 완벽한 테크닉으로 연주했을 때, 그 연주는 최고의 연주로 평가받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나의 생각을 올곧이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며 그 노력이 맞닿아 마음이 이어지고 서로 어우러진 관계, 그것이 최고의 관계일 것이다. 가장 어렵지만 가장 자유로우며 가장 효과적인 이 음악용어처럼. `a piacere : 원하는 대로, 마음에 드는 대로. 단, 어울리게.` 정예지 대전예술의전당 기획사업팀 PD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