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주요 뉴스 중 하나가 우리나라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었다. 두 나라의 미래 발전 지향방향의 제시도 있었지만 국빈 예우 문제, 수행기자 문제 등 마치 두 나라의 갈등이 심화된 것 같은 소식들도 전해졌다. 잠시 우리가 중국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중국은 우리나라를 어떠한 국가로 생각하는지, 정치나 경제 문제를 떠나 의료의 입장에서 궁금해졌다.

허름한 옷에 수 십명이 한꺼번에 쇼핑한 종이가방을 들고 큰소리로 떠들면서 관광지를 활보하는 모습, 자연재해로 수 천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비참한 모습, 바다에서 어획량을 늘리기 위해 불법으로 흉기를 뒤흔드는 모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중국인의 모습인가? 우리나라에서 성형수술을 하고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많은 여성들의 모습, 그리고 의료 해외 진출이라며 우리의 유수한 병원이 중국으로 진출한다는 소식들을 접할 때 정말로 중국의 의료가 우리보다 뒤떨어져서 생기는 현상일까? 중국에 뒤져있는 정치나 경제력의 차이를 보건의료나 사회복지문제에서 우리가 앞서고 있다고 착각하고 스스로 우월감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2004년부터 방문교수 자격으로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연수 할 때 나의 느낌이 이제는 현실화되는 것 같다. 이 당시 대학과 대학병원의 부속 실험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곳의 연구 결과는 미국 내에서도 인정받아 연구재단의 연구비가 미국 내에서도 3위 정도에 오를 정도의 성과를 내는 곳이었다. 말하고 싶은 점은 이때에도 연구실 어디를 가도 많은 중국 유학생들과 스마트하고 열정에 찬 연구원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의 연구에도 중국출신 연구원이 한명 있어 그들의 위치와 역할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연구에서 연구의 주책임자를 맡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지원과 미국 내에서의 공동연구 등이 나를 놀라게 했다. 저녁 식사자리에서 나의 연구원도 10년 정도 미국에서 연구하며 좋은 논문을 많이 발표하고 의사는 아니지만 의학 연구 분야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기에 "언제쯤 중국으로 귀국하느냐"고 물었다. "나도 빨리 귀국하고 싶지만 나 정도의 미국 내 중국출신 연구원들이 하도 많고 더 뛰어난 사람들이 있어 지금 이 생활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본토에 있는 연구원들의 능력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대답에서 앞으로 중국의학이 우리를 앞지르겠구나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13년 전의 기억이다.

중국의 의료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발전하고 있다고 감히 말해본다. 병원의 하드웨어적 면에서는 오히려 우리를 앞서 있다. 올해 화두가 되었던 4차산업혁명은 바이오 생명이 가장 기본이며 그중 가장 중심인 의학과 바이오산업과의 융합이다. 차세대 의료서비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분야는 우리가 중국에 비하여 뒤지고 있을 정도이다. 정밀 의료는 빅데이타 구축에 의한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별 맞춤 의료이다.

특히 관련기술과 경제력을 갖춘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면 지금까지의 항암제는 부위별 암을 가진 환자에게 모두 똑같은 방법으로 투여하고 치료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라면 정밀의료는 환자 개개인의 유전자 양상에 따라 항암제의 투여량, 투여방법, 투여약제를 다르게 투여하여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추진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5년 중국 정부는 `국가정밀의료전략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고, 2030년까지 600억 위안(한화 약 11조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내용에는 차세대 임상용 생명기술 연구, 대규모 환자 연구,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의 프로젝트가 포함되어 있다고한다. 계획에서만 그치지 않고 현재도 많은 성과를 내고 있고 다양한 응용시범 사업을 통해 상용화 단계에 도달한 것도 있으며 특히 중국의 유전자분석시장은 올해 연(年) 평균 20-25% 성장률을 유지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놀라운 소식도 접해본다. 이제 의료시장에서 소프트웨어적인 면에서도 그리 멀지않아 우리를 추월할 것이 너무나 명확하다. 정확한 숫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정밀의료분야의 투자금액은 약 1500억 정도라고 하니 비교가 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지금 새대는 투자 없이는 발전이 없는 세상이다. 물론 부지런히 노력하면 뒤따라 잡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는 있으나 앞지를 수는 없는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는 IT 세상이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도 발상의 전환 문제라는 둥, 미래 준비를 위한 연구를 시작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보다는 100m 결승 출발점에 서 있다는 보다 절실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중국에 대한 착각은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병원을 방문해 보면 아주 쉽게 느낄 수 있다. 앞으로 의학의 경쟁력은 정밀의료 같은 바이오산업과의 융합에 달려 있다. 일부 미용성형 수술의 증가로 해외 의료관광 유치의 성과를 말하는 것은 정말 우스운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의료 관광은 같은 아시아 국가인 싱가폴에 비하면 양적이나 질적으로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우리처럼 우수한 인재들이 의학 전공을 첫 번째 인생목표로 하는 나라도 드물다. 이만큼 우수한 인재들이라면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사 양성이외에도 멀지 않은 의료 변혁의 시기에 대비하고 경제적으로도 큰 시장이 될 정밀의료와 같은 연구 분야에 집중하는 의사가 아닌 의과학전공자들에게 많은 투자와 양성을 시작해야한다. 중국 의료는 결코 우리보다 낙후되지 않았다. 양준영 대전베스트정형외과병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