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이 당협위원장 62명을 교체하기로 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직강화 차원에서 실시한 당무감사 결과라지만 물갈이 폭이 전체 당협위원장의 29%에 달하다보니 인적쇄신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눈길을 끄는 교체대상엔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역할을 해온 서청원 의원을 비롯 유기준 의원 등 현역 4명도 포함되어 있다.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 복당한 복당파 지역구의 당협위원장들도 대거 물갈이 대상이다. 바른정당에 몸담고 있는 몇몇 의원 지역구의 위원장도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려 추가 영입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그러다보니 친박계 퇴출 등 인적쇄신을 빌미로 친홍(친홍준표)체제 구축이 아니냐는 반발도 뒤따르는 모양이다.

한국당의 인적쇄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지난해 20대 총선 패배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 등 일련의 `보수 폭망`의 기저엔 `친박 패권주의`와 그로 인한 계파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인명진 비대위 체제에서 이를 혁파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무위에 그쳤고 대선과정에서도 화합을 이유로 무산됐다. 이번에 당무감사라는 절차를 통한 인적쇄신은 그런 면에서 뒤늦었지만 당이 기사회생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역 교체가 4명에 그친 것은 아쉽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을 옹립해 놓고 국정농단을 방치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 매달렸던 친박계에 대한 청산이 이뤄졌다고 보기엔 미흡하다. 당의 기준으로 봐서는 이 정도면 합당한 일인지는 모른지만 면죄부만 준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인적쇄신이 여기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를 넘어 차기 총선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진행돼야 한다. 교체 대상지에 새로운 인물을 찾아내는 것도 과제다. 깨끗하고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 적합한 인물을 영입해야 당의 미래가 보인다. 계파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세력만 늘리려고 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홍준표 대표가 친홍체제 구축이란 의구심에서 벗어나 당의 활로를 찾은 인물로 기억되고자 한다면 이를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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