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 및 바이오제약산업 주가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는 내 몸 하나 챙기기도 바빴으나 풍요와 여유의 세상이니 삶의 질에 폭발적 관심으로 급증하는 수요에 따라온 현상이겠다. 단순한 의식주의 공급만으로 현대를 사는 인간들의 `needs`를 충족시킬 수 없음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과학과 의학의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고 있기도 하다. `건강과 젊음`은 인간에게는 본능적 욕구이며 로망이다. 이런 산업의 발전은 인간을 `좀 더 젊게 좀 더 오래` 살 수 있게 하고 삶의 질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최근 몇 년 동안 급속히 늘어났다. 평균여명이 늘면서 의료소비기간도 길어지니, 성인병과 노화로 인한 질병들이 증가하게 됐고, 이에 따른 의료서비스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사회적 변화로 생명공학 및 바이오제약산업은 초유의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동반 호황을 맞아야 할 의료계는 아이러니 하게도 급속히 쇠락하고 있어 안타깝다.

"수술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심해진다." 귀순북한병사를 살려낸 아주대 이국종 교수의 말이다. 의료혜택을 받는 일반인들이야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이라면 물건을 많이 만들어 팔고 수많은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한다면 흑자는 당연하며, 유명세까지 탄다면 수입은 저절로 대박이겠다. 그런 논리로 본다면, 의사가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한다면 병원은 분명히 흑자여야 한다. 하지만, 이 교수가 근무하는 중증외상센터는 만천하에 알려져 속된말로 유명한 중증외상센터라서 밀려드는 환자들로 쉴 틈이 없을 지경으로 환자를 보고 있음에도 적자다. 그의 피곤에 쪄든 얼굴과 충혈된 눈은 의료를 권력의 당근으로 사용해온 권력자들, 건강보험 공단 및 심평원의 횡포에 대한 실망의 눈빛이며 애타는 구조요청으로 보였다.

대통령은 본인 부담을 없애겠다는 정책, 일명 `문캐어`를 추진하고 있다. 말 그대로 본인부담을 모두 건보재정으로 지불하겠다는 정책이다. 또한 대통령은 많은 부담이 발생하지만 건강보험료를 올리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겠다. 하지만 이 정책에는 엄청난 자금 필요하며 적정수가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우리보다 떨어지는 의료보장제도에 수입의 15% 정도를 의료보험료로 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의 반 정도다. 선진국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많은 보험료를 내고 있지만 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50%만 징수함에도 연간 수조의 흑자를 계속 내고있다. 이는 분명 의료공급자인 의료계에 희생을 강요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국민 누구도 복지정책의 희생양이 되어선 안 된다. 복지는 수혜정책이며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평등하게 분배돼야 한다. 나라와 국민 모두의 책임이어야 하고 부담을 나누며, 누구에게도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복지에 직역 단체나 개인의 희생이 따랐다면, 잘못 되도 한참 잘못된 행정이다. 이에 최근 의사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했다.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은 `자신의 이익만 아는 명분 없는 처사`라고 의사를 비난하는 일색이었다. 공연한 트집이라며 거의 의료계를 독선적 이기적 집단으로 몰아댔다. 그러나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제 모든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분석으로 고민하여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의료혜택은 한 국가의 기본적 사회보장제도의 중요한 요소다. 전액국가지원으로 무상의료라면 더할 나위 없는 복지국가이며 행복한 국민이겠지만 우리나라는 국민개개인이 부담하는 보험료로 운용되는 건강보험 의료체계다. 그동안 의료에 종사하던 의료인들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비합리적인 건강보험수가로 고통 받았다. 이를 수없이 지적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그들은 원가계산이 다르다며 외면하고 묵살했다. 그러니 생명을 다루는 수술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모순된 의료정책을 태어났다. 이제라도 대대적인 보완 및 개선으로 세계적인 의료품질을 지켜나가야 한다. 강명식 푸른요양병원장·칼럼리스트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