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는 좋은 음식과 운동을 통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며, 병이 의심될 때 서슴없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 그런데 만약 우리의 건강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경제력에 의하여 좌우된다면 얼마나 낙담할 일인가?

얼마 전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크게 늘어났지만 건강수명은 오히려 짧아졌다고 한다. 이는 우리 국민의 수명은 매년 꾸준히 늘어 10년 전에 비해 4년 가까이 더 사는데, 건강수명은 3년 전에 비해 1년여 짧아져 결국 병치레를 하는 유병기간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우리는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일반적으로 경제와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국민들은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산다. 실제로 유럽의 주요 선진국들이 지구 남쪽의 개발도상국에 비해 훨씬 건강하고 오래 산다. 현재 우리 대한민국은 이미 고도로 발달된 의료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미국도 제대로 못하는 보편적 건강보험 덕분에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장수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시선을 주변에 돌려보면 우리의 건강수명이 생각보다 좋은 상태가 아님을 나타내는 단서들이 많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율과 노인 빈곤율, 부끄러울 수준의 행복지수 등. 이런 것 들은 소득 불평등, 무한경쟁을 유발하는 문화, 각종 사회적 스트레스에서 나온 산물이다. 어쩌면 이것들 중 우리 사회의 건강을 해치는 주된 요인은 바로 취약계층의 가난이 아닐지 모른다.

크게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10월 달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때 눈길을 끄는 자료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소득 최상위 1계단에 속한 사람이 최하위 5계단보다 6.6년 더 오래 살며, 이를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그 격차가 오히려 더 커졌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수명은 크게 늘어나지만 그 연장된 수명이 주로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또 양극화 현상이 소득을 넘어 수명에 까지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취약계층에는 가난이 남아 우울감과 스트레스와 함께 각종 사회적 병증 현상을 낳고 이것이 확산됨에 따라 우리 사회가 보듬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된 것이다.

우리는 경제발전과 과학기술의 진전이 국민 모두에게 가급적 골고루 돌아가야 사회가 건강해짐을 잘 알고 있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물론 우선순위에 있어 각자 생각이 다르겠지만, 우선 취약계층의 소득원을 마련해 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일자리 마련 최우선정책은 올바른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건강한 사회, 행복한 사회를 위해 우리 지역사회에서도 나서야 할 때이다. 개인의 이익보다, 속해 있는 집단의 이기주의보다 약하고 소외받고 힘없는 이들이 좀 더 가져갈 수 있도록 여유로운 자가 마음을 넓게 쓰도록 하자. 그래서, 노인들이, 청년들이, 여성들이, 다문화가정이 각자 처한 모순을 해결하고 행복감을 찾아 갈 때 우리 사회의 건강과 건강수명은 얻어질 수 있을 것이다. 배덕수 한국주택금융공사 서남권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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