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최순실씨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185억원, 추징금 77억원을 구형했다. 최고권력자에 빌붙어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등 국정을 농단하고 거액의 뇌물을 거둬 사익을 추구한 행위에 대한 검찰의 단죄가 내려진 것이다. 현행법상 유기징역은 최대 30년이니 상당히 엄중하게 책임을 물은 셈이다. 이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은밀하고 부도덕한 유착과 이를 십분 활용한 비선실세의 탐욕과 악행이 이 사건의 실체"라고 규정한 검찰의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씨에 대한 구형량은 공범 관계로 뒤엉킨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상당한 영향은 물론 형량 유추도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국정농단 사건의 양대 핵심인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은 특가법상 뇌물수수 등 13가지 범죄에 공범 관계로 적시되어 있다. 앞선 재판에서 두 사람의 손발 역할을 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도 공범으로 인정돼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 관련자 가운데 유일하게 1심 재판을 남겨놓은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 중순부터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이상 없다며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이 국가의 사법체계를 믿지 못하겠다고 버티지만 재판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지금이라도 법정에 출석해 진실을 밝히고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새겨들었으면 한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역사의 시발점이 됐던 최씨 측은 검찰 구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헌법을 유린해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고, 국가기관을 동원해 사익을 도모한 사실 등을 감안하면 그에 합당한 처벌이 뒤따라야 함은 당연하다. 아직 법원의 선고와 추후 2·3심이 남아 있지만 그와 공범 관계에 있는 이들은 죄가 입증돼 실형을 받은 상태다. 이쯤 되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옳은 자세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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