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던 미국이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미·중 당국이 북한 급변사태 시 대응 관련 논의를 한 사실도 공개됐다. 대화에서 무력 대응까지 넘나드는 이 같은 기류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다양한 분석을 낳게 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그제 "그냥 만나자, 원한다면 날씨 얘기를 할 수도 있다"며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다. 그동안 비핵화를 전제로 했던 것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북핵 해결의 새로운 국면을 기대했지만 백악관은 전혀 다른 입장을 보였다. 미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북한과의 대화는 언제나 열려 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틸러슨 장관은 북한에서 불안정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북한의 핵무기를 확보할 것인가를 포함한 비상계획을 미·중 고위관리들이 논의했다고 공개했다. 특히 중국이 북한에서 대량 난민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조치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미국에 알렸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 내 핵무기 확보를 위해 미군이 휴전선을 넘더라도 반드시 한국으로 복귀하겠다고 중국에 약속했다는 것이다. 틸러슨의 조건 없는 대화제의나 북 급변사태 대응논의 공개는 북핵에 대한 미·중의 심도 있는 물밑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북 정권 붕괴사태에 대한 대응논의까지 했다는 것은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반도 주변상황이 이처럼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정작 한국은 소외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미국 내서도 혼선을 겪는 대북 대화제의를 한국에 알렸을 리는 없다. 북 급변사태와 관련된 군사옵션은 더욱 아니라고 보여 진다. 일련의 움직임을 지켜볼 때 우리와는 상관없이 미·중의 의도대로 북핵문제가 결정될 것 같은 분위기다. 물론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미·중의 전략일 수도 있다. 국가의 운명이 걸린 북핵문제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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