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의자
소설에서는 날짜별, 학살 코스별로 정리된 보도연맹 맹원과 예비검속자 처형 과정을 메모 형태로 여주인공이 작가에게 건네주며 학살과정의 추적이 전개된다. 특히 6월 말부터 개시된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보도연맹 맹원들의 산내 곤령골에서의 학살을 다루면서 그 현장에 있던 미군에 주목하고, 왜 그들이 그곳에 있었는지를 복원한다. 대전학살과 동시에 강원도 원주로부터 시작된 학살이 마치 누군가 조직적으로, 계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대전에서 약 7000명, 옥천에서 수백 명, 영동에서 약 1000여 명이 학살되었다는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를 활용해 관련된 군 헌병대와 경찰들의 역할, 광복 직후 남한에서 활동한 미군 24군단 소속 첩보부대(CIC)의 활동을 인터뷰형식으로 생생하게 구현하고 있다.
작가는 육창주 선생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밥을 해달라고 한 그 빨치산이 영동에서 항일과 민족의 독립을 위해 활동하던 세력으로 북한과 상관없는 토착 빨치산이었음을 밝힌다. 이후 미군정 기간인 1946년 이후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용납하지 않음에 따라 산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음을 묘사하고 있다. 한국 현대사의 비통한 질곡 속에서 작가는 적어도 옥천과 영동 지역에서 진짜 좌익인 빨치산은 보도연맹에 가입하지 않았고 반면 좌익과 무관한 무고한 이들이 보도연맹에 가입하게 되었음을 복원했다. 보도연맹 맹원도 아니었음에도 예비검속이 되어 죽은 이들도 소설에는 거론이 되고 있다.
소설상 이민혁은 영동출신 비전향 장기수인 이종을 모델로 하고 있으며 그를 통해 6.25이후 북으로 가서 그가 본 북한의 권력다툼과 박헌영의 죽음 등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최범영 지음/ 소명출판/ 340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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