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기억의 밤

기억의밤
기억의밤
`함께 방을 쓰는 친형이 어느 날 갑자기 낯설게 느껴진다면?`

새 집으로 이사 온 날 정체불명의 사람들에 의해 납치된 친형이 19일 만에 모든 기억을 잃은 채 거짓말처럼 다시 나타난다.

영화 `기억의 밤`은 납치된 후 기억을 잃고 변해버린 형과 그런 형의 흔적을 쫓다 자신의 기억조차 의심하게 되는 동생의 엇갈린 기억 속 살인사건의 진실을 담은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흥미로운 소재와 탁월한 이야기 구성으로 탄탄한 각본가로 인정받고 있는 장항준 감독이 9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이 영화는 가장 익숙하고 편안했던 존재가 갑자기 낯설어질 때의 긴장감을 극대화한 설정으로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다. 영화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초반부터 속도를 내며 몰입도를 높인다.

극 중 쉴 틈 없이 펼쳐지는 골목 추격신은 마치 영화 `추격자`에서 하정우를 쫓던 김윤석의 시점에서 펼쳐지듯 긴장감의 속도를 높인다. 골목 추격신의 장면에서 장항준 감독의 스토리텔로의 능력 뿐 아니라 연출로서의 감을 제대로 보여준다.

어떤 역할도 찰떡같이 체화화하는 강하늘의 연기력은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빛을 발한다.

강하늘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을 겪으며 미쳐가는 동생 `진석` 역을 맡아 소름 돋는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납치됐다 돌아온 후 낯설게 변해버린 형에 대한 의심을 품은 `진석`은 감춰진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기억조차 믿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복잡한 내면을 지닌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형 `유석` 역을 맡은 김무열의 연기도 그동안 스크린은 물론, 다양한 뮤지컬 작품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한 것을 가감없이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다. 다정한 형의 모습부터,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서늘한 눈빛을 오가며 야누스적인 매력을 내보였다. 김무열은 눈빛과 표정으로 감정의 선을 오가는 역할을 보이며 치밀하게 계산된 연기를 선사한다.

배우 문성근은 이 영화에서도 특유의 눈빛 연기와 안정되면서도 반전을 지닌 캐릭터로 등장할 때마다 아우라를 보여준다.

반면 중반 이후부터 스토리의 힘이 떨어지고 결말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면서 영화의 힘은 급격히 떨어진다.

긴장감이 주 무기인 서스펜스극의 매력은 사라지고 배우들의 연기력만 남는다. 장항준 감독의 장점인 치밀한 구성과 날이 선 서스펜스는 이미 영화나 TV드라마에서 보여준 탄탄한 시나리오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전락해버린다. 그나마 연기력을 보는 맛이 영화를 끝까지 관람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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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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