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여행자

저자는 어려서부터 `사람 사이의 연대`를 애착하면서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는 여행 내내 시종일관 `얼굴 맞대기`를 시도한다. 사람 사이의 진지한 만남은 `창의적 기회`이다. 사람과 사람이 진지하게 직접 연결될 때, 감성은 확장되고 정신은 선명해진다. 곧 지혜롭게 된다. 열여덟 살 소년여행자는 남의 나라에서 이방인의 지위에 머물지 않겠다는 소신을 품고 자기만의 여행 서사를 써나간다. 그는 자신의 여행 목표를 이루기 위해 타국의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용기 있게 질문한다. 그곳에서 만난 여러 도시의 매력적인 인물들과 사귄다.

그는 왜 쉼표 아닌 물음표 가득한 여행을 시작했을까. 사회에 희망이 사라진 가운데, 저자 자신의 미래도 쉽사리 내다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열여덟, 곧 있으면 스물. 나이를 먹어감에 있어 짜릿함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곧 지금까지 몸담아왔던 부모님의 그늘 아래서 독립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과연 나는 2년 내에 부모님으로부터 이 세 가지 독립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는 생각을 풀어놓는다. 선뜻 `그렇다`는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의 앞길은 막연하고 또 막막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저자를 괴롭히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우리는 더 열심히 공부하는데 왜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더 치열하게 노력하는데 왜 더 나은 삶을 살 수 없을까. 더 열심히 일하는데 왜 가난해지기만 할까.

이 책은 환대하는 가족들, 질문하는 학생들, 역사를 반성하는 청년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과 한국 사회를 돌아본다. 학교 바깥에서 하는 `자기 주도적 진짜 공부`는 유럽 곳곳을 무대로 그들의 역사·문화적 자양 속에서도 계속되고, 저자는 배우고 성장한다. 이 책은 저자만의 `진짜 공부`로 키워온 인문학적 지식과 사유를 유럽 공동체와 만나며 하나씩 꺼내 숙고하고 다듬어간 여정이다. 이호창 기자

임하영 지음/ 천년의상상/ 264쪽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호창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