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근현대사

유럽 북동부의 나라 폴란드는 강제 분할과 외침으로 점철된 근대화 과정을 거친 국가다. 근현대 200년의 험난한 역사 속에는 국가를 잃은 경험, 세계대전의 희생양, 군사쿠데타, 히틀러의 침공, 소련의 점령, 공산 독재 등 순교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 비극적인 역사는 수많은 역사가들에 의해 유례가 없는 특이한 나라, 집단적 희생자의 나라, 영웅과 희생자만이 진정한 폴란드인인 고정관념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폴란드에는 순교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변화하는 현실 세계에 저항하거나 적응하고 이해하고자 했던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었다. 선하기도, 악하기도 하며 때로는 화려하기도 초라하기도 하다. 책 `폴란드 근현대사`는 그들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폴란드가 특수한 국가여서 연구의 가치가 있다고 여기기보다 평범한 국가여서 연구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19세기와 20세기 초 식민지와 신탁통치를 받은 수많은 나라들처럼 폴란드 역시 산업화, 전쟁, 냉전을 겪으면서 발전한 국가라는 점에 주목한다. 저자의 눈에 비친 폴란드는 전 세계를 바라볼 때 시대를 앞서가는 국가는 아니었지만 유난히 뒤처진 국가도 아니었다고 판단한다. 역으로 주요 열강 국가의 국민마저도 자유·평등·정의 같은 가치를 실현시키기 어려웠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폴란드에 `정상국가`의 지위를 부여한 이유이기도 하다.

책은 폴란드 근현대사의 주요 정치적 사건들을 보다 더 광범위한 사회 발전상과 나란히 배열한다. 지역, 문화, 경제적 다양성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개인의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춘다. 종교, 언어가 다른 사람들 간의 일상적인 관계, 바르샤바 게토의 현실, 1940년대 후반과 10950년대 초 공장 일을 시작한 농민들에게 스탈린의 산업적 확장 메시지, 시간의 변화에 따른 남성성 여성성의 개념 등을 예로 든다.

폴란드의 고정관념을 바꿔 해석하기도 한다. 폴란드의 근대사는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의 근대사임을 환기시킨다. 책의 출발점인 1795년부터 독립 국가를 선포한 1918년까지 폴란드에는 우크라이나인, 벨라루스인, 리투아니아인 등 소수민족이 섞여 살았다. 시인 아담 미츠키에비치는 벨라루스 태생이고 독립운동가 피우스트스키의 고향도 리투아니아였다.

정치사적인 측면에서 폴란드 공화국이 세워질 때 구성원들이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고통이 뒤따르는지에 초점을 맞춰 서술한다. 나아가 현재 역사상을 그대로 과거에 투영하는 민족서사를 쓰는 대신, 역사 과정에 동참한 주체들의 행위와 이면에 깔린 생각, 온갖 핍박, 전쟁을 겪으며 생존투쟁을 벌였던 민중의 이야기를 민족사와 국가사 서술에 담아냈다.

`신의 놀이터`라 불릴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폴란드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어떻게 `국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읽고 쓸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김대욱 기자

브라이언 포터-슈치 지음·안상준 옮김·오래된생각·4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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