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채점결과가 수험생들에게 통지된 지난 12일. 천안의 한 일반계 고교 3학년인 김모(19) 양은 하루 종일 상실감이 컸다. 채점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마음이 상했던 건 아니다. 김양은 동급생들과 함께 11월 23일 수능시험에 응시했지만 수능성적표는 받지 못했다. 김양이 받은 건 수능성적표가 아닌 당해시험 무효라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심의결과 통보서`였다.

김양에게 악몽이 시작된 건 수능시험 4교시였다. 천안의 고사장에서 수능시험을 본 김 양은 4교시 선택과목을 풀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시험지에 김양의 선택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 시험지가 있었다. 총 8개의 4교시 선택 과목 시험지를 분리할 때 꼼꼼히 못해 일어난 실수였다. 당혹감에 빠진 김양은 손을 들고 감독관에게 미선택 과목 시험지가 있다고 얘기했다. 감독관은 부정행위로 인한 시험 무효를 알리고 김양을 퇴실조치했다. 수능을 위해 달려온 12년 수고가 물거품 되는 순간이었다.

악몽은 김양 한명에게 그치지 않았다. 김양의 어머니는 수능시험장에서 딸이 부정행위로 시험 무효가 됐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놀라 귀가중 교통사고까지 일어났다. 김양은 수능시험 후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며 우울증을 겪고 있다.

천안교육지원청에 따르면 2018학년도 수능에서 천안만 6명이 부정행위로 적발됐다. 6명 부정행위자 모두 김양처럼 4교시에서 다른 과목 시험지를 펼쳤거나 동시에 두 과목을 풀었다가 부정행위로 시험이 무효 처리됐다. 수능 실시요강은 4교시 탐구 영역시험시 해당 선택과목이 아닌 다른 선택과목 문제지를 보거나 동시에 2과목 이상의 문제지를 보는 것은 부정행위로 규정해 모든 시험을 무효처리하고 있다. 지난해도 천안은 수능 부정행위자 4명 모두 4교시 시험에서 나왔다.

김양의 부모는 불합리한 규정으로 학생에게만 피해가 전가된다고 분개했다. 김양의 아버지 김모(50)씨는 "부정행위 의도가 없었고 다른 과목 시험지 소지 사실을 자진해 알렸는데도 부정행위로 시험무효를 결정한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4교시 시험 진행 방법과 시험지 배부 방식 문제를 교육부가 개선치 않아 학생들만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교육부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할 것이라고 덧붙혔다.

이에 대해 천안교육지원청 이문희 중등교육과장은 "사정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며 "4교시 부정행위자 발생이 매년 계속되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의 개선방안 마련시 검토 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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