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김정미 개인전

정경애 보다아트센터 관장
정경애 보다아트센터 관장
감춤의 미학`이 사라지고 `드러냄의 미학`이 그 자리를 차지한건 꽤 오래 전부터다.

현대사회는 CCTV나 블랙박스, 스마트폰 그리고 SNS의 발달로 개인의 비밀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오히려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노출증`과 그 노출된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중독되어가는 `자기도취증(나르시시즘)`으로 상대로 하여금 `관음증`을 야기시키고 있다.

원래 관음이란 다른 사람의 사적 활동이나 성과 연관된 행위를 몰래 관찰함으로써 비정상적으로 성적 만족을 느끼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개인과 개인, 개인과 다중, 다중과 다중의 문제로 발전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성에 눈을 뜨던 청소년 시절은 포르노 사진이 담긴 음란 잡지나 포르노 비디오로 은밀한 욕구를 충족시켰지만 그 영역은 점차 확대되어 인터넷에서 정보를 접하고, 스마트폰으로 몰카를 찍고, 그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면서 사회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이때부터 성적 욕구와 같은 기본적인 틀은 변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사회적관음증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작가 김정미는 14일까지 보다아트센터에서 연 개인전 `틈`을 통해 사회적관음증에 대한 고발성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책임지지 못할 행동은 분명 사회악이고 더구나 신상털기는 한 개인을 파멸로 몰아세우는 죄악이라고 규정한다.

국민여동생이라 불리던 가수 아이유는 SNS에 공개된 사진 한 장으로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한순간에 실추된 적이 있고, 비디오 영상 속에 등장한 한 여자 연예인은 명백한 사생활의 영역에서 이루어진 행위임에도 그 영상으로 온갖 수난과 수모를 겪었다. 이러한 사건에 작가는 분노를 느끼면서 개인을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고질적인 관습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있다.

본능으로서의 관음증은 일견 대량소비시대를 움직이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 인간의 삶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정도의 타인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그 자체가 죄이고, 한국 사회에서 변질된 관음증은 사회 병증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김정미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관음증이 애틋함의 미학, 감춤의 미학, 은밀함의 미학으로서의 제 기능을 할 수는 있을까? 현재로서는 그 해답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정경애 보다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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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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