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민주당 개헌 의총에서 세종시 행정수도 문제를 법률에 위임하자는 목소리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였다고 들린다. 민주당 측은 보수 야당과 수도권 여론이 부정적인 만큼 개헌안에 `수도는 벌률로 정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넣은 뒤 후속 입법작용을 통해 세종시 행정수도 문제를 매듭지어도 무방하다는 발상인 것 같다. 이는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논리와 유사하고 그럴 듯해 보인다.

민주당 의원들의 이런 내부 정서는 세종시 행정수도 개헌 명문화로 획득되는 정책 목표, 가치, 상징성 등과 배치될 수밖에 없다. 세종시의 원형은 행정수도 건설이었다. 그게 어긋나는 바람에 지금까지 세종시는 행정중심도시에 머물러 있는 미완의 수도나 마찬가지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개헌안에 세종시 행정수도를 명문화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선거철이면 여야 정치권과 정치리더들도 이에 화답하고 합창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여당인 민주당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여당에서 개헌안에 넣는 대신, 법률에 위임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규정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는 현실은 어리둥절하다. 사정이 어려워도 개헌안 명문화를 앞장서 견인하는 모습을 보여주야 할 사람들이 민주당 의원들이다. 나아가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되는 개헌투표에서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에 대미를 찍을 수 있도록 시기적으로 가속페달을 밟아줘야 할 때다. 그럼에도 `플랜B` 비슷한 것을 안출해 놓고 최선인지 차선인지 양 하는 모습은 세종시 행정수도 개헌을 지지하는 여론 계층을 당혹하게 만들 뿐이다.

세종시 행정수도를 헌법에 못 박아 헌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행위와 법률에 위임 규정을 마련해 갈음하는 것이 동렬일 수는 없다. 행정수도는 국회, 청와대까지 망라된 한 나라의 핵심도시이고 대부분 집적돼 있다. 세종시도 그런 방향성을 띠어야 하고 그 대전제가 개헌안 명문화다. 법률로 정하게 되면 같은 논리로 법률폐기 작용을 통해 무력화되지 않는다는 법도 없다. 또 수도를 수도로 부르지 않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제와서 다름 그림을 그리려는 것은 무리고 그간의 매몰비용도 회복시키지 못 한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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