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의 유명세에 힘입어 관광객이 몰려온 대전 유성관광특구가 명성을 잃고 있다. 한 해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릴 정도로 호황을 누렸건만 현실은 정반대다. 밤이면 일찌감치 불이 꺼져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게 오늘의 유성이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는 것과 맞물려 홍인호텔처럼 역사와 유서를 자랑하던 호텔들은 하나 둘 사라졌다. 특1급 호텔 리베라 유성점이 영업 종료를 예고했고, 신우면세점마저 내년 초 이전할 계획이라니 쇠락 차원을 넘어 ‘무늬만 관광특구’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유성관광특구가 침체에 빠져 든 데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겠다. 온천과 유흥가 중심으로 개발되다 보니 주 5일 근무 시대의 레저 문화와 괴리가 생기지 않을 턱이 없었다. 온천이라는 상품을 차별화하지 못하면서 천안 워터파크와 예산 덕산온천, 아산 온양·도고온천, 부여 롯데 등 대형 스파 및 워터파크와 경쟁력에서 뒤쳐졌다. 24시간 영업이 가능하다는 특장점도 전국적으로 심야 영업제한이 풀린 데다 관광특구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기면서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뚜렷한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봉명동 상권의 기반이었던 관광호텔이 잇달아 폐업하면서 공동화 현상 우려가 크건만 속수무책이다. 이 사이 문화원로와 온천로를 중심으로 새 상권이 형성돼 관광특구는 더 얼어붙었다. 문화체험형시설을 갖춰 가족형 관광도시로의 변화를 꾀한다는 구상이건만 이 정도로 활성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국의 31개 관광특구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효울적 지원이 절실하다.

관광특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이다. 생색내기식으로 쥐꼬리만한 예산 지원에 그칠게 아니라 통합 관리 같은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봄직하다. 지정만 해놓고 운영 실태와 관리 방안을 찾지 않은 채 방치하니 경쟁력을 잃은 게 아닌가. 정부 차원에서 관광특구 제도 전반을 면밀히 다시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관광특구 지정 전후 실태와 효과 등을 세밀히 분석한 뒤 유성을 포함 전국의 관광특구 특성에 맞는 활성화 방안을 재수립 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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