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의회가 어제 `한국마사회 대전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서구 우명지역 이전 유치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화상경마장은 백해무익한 `도박시설`이라는 인식과 함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더라도 주거환경 훼손 등이 우려되는 만큼 아픔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로써 서구 월평동에 있는 화상경마장을 이전하려는 한국마사회의 계획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무엇보다 오는 2021년까지 이전을 하지 못하면 폐쇄키로 한 방침에 따라 향후 마사회가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이목이 쏠린다.

대전화상경마장은 지난 1999년 서구 월평동에 들어섰으나 유흥주점과 퇴폐업소 등이 밀집하면서 주거환경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정치권 등이 외곽 이전과 폐쇄운동을 벌인 것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보다는 지역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이 컸다는 자각 때문이다. 화상경마장은 말 산업 육성과 건전한 여가활동 진작이란 명목을 앞세워 전국에 걸쳐 30여 개가 설치돼 성업 중이다. 하지만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도박 행위에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중독성도 심한데다 공기업이 사행 행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인식도 널리 퍼지면서 지난 8월에는 국내 최대인 서울 용산화상경마장 폐쇄가 결정되기도 했다. 대전 역시 4년여에 걸친 주민들의 항의에 마사회가 이전을 결정했지만 우명지역 유치 결의안 부결에서 보듯 이전 장소를 새로 찾는 것은 녹록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마사회가 월평동 화상경마장 이전을 계속해서 추진하는 한 갈등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화상경마장 유치를 원했던 우명지역 주민들은 어제 서구의회에서 유치결의안이 부결되자 불만과 함께 상실감을 토로했다. 마사회가 서구의회의 반대 기류를 확인한 만큼 다른 자치구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화상경마장 이전은 지방의회 결의나 단체장의 동의, 사회적 합의 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어디로 결정하든 갈등은 필연적이다. 어디에서든 환영받지 못하고 갈등만 야기한다면 화상경마장을 아예 폐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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