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2017년 마지막 달이다. 이때 가장 많이 하는 말, 듣는 말은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해를 잘 마무리 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자`는 말이다. 연말이면 의례적으로 하는 이 표현이 가슴으로 와 닿음을 느끼는 사람은 그만큼 나이와 경험을 먹었다는 얘기다. 또한 새해를 맞이하며 굳은 각오로 세웠던 모든 계획들이 생각대로 이루지 못했음을 매번 겪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왜,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계획했는데 이뤄내지 못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지난 한해를 후회하기도 하고, 내년엔 절대로 그러지 말자 다짐도 해본다. 그러면서도 정작 내가 참지 못해서, 즉 인내(忍耐)하지 못해서 계획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애써 비껴가려 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看過)하고 만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용히 뒤돌아보며 그것부터 인정한다면 좀 더 아름다운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필자는 새해는 `참는 것이 덕`이 되는 인지위덕(忍之爲德) 사회가 구현되길 바래본다.

"참기 어려운 것을 참는 것이 진실한 참음이요, 누구나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은 일상의 참음이다. 자기보다 약한 이의 허물을 기꺼이 용서하고 부귀와 영화 속에서도 절제하고 겸손하라.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 수행의 덕이니 원망을 원망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성내는 사람 속에서도 마음을 고요히 하여 남들이 모두 악행을 한다고 해도 가담하지 말라. 강한 자 앞에서 참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고, 자기와 같은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은 싸우기 싫어서이며, 자기보다 못한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이 진정한 참음이다." 잡보장경(雜寶藏經)에 전해지는 부처님 말씀이다.

현대는 의식주(衣食住)를 걱정하는 시대를 지났다고 생각하지만 질과 양이 달라졌을 뿐 여전히 의식주에 대한 욕심을 참지 못해 많은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남들보다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좋은 음식을 먹고, 더 좋은 집에 살고 싶고, 식욕·성욕 등 인간의 기초적인 욕심을 채우고 싶어서 남에 것을 탐내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범죄자들의 대부분이 자기가 취(取)하고 싶은 마음과 순간의 화를 절대 참지 못하여 보복운전·폭행·강간·강도·절도·살인 등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순간을 참지 못해 저지르는 이러한 행위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예기치 않은 나쁜 일(災殃)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이 현실이 개탄스럽기까지 하지 않은가.

세상에서 사람으로 인해 일어나는 재앙(災殃)의 대부분은 참을성이 부족한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만은, 그럴 때 한번쯤 참아내는 인성(人性)을 기르는 것이 좋다. 남이 자기의 허물을 말할 때 화를 내게 되면 오히려 남들은 흉을 본 사람보다 화를 낸 사람의 어리석고 미혹함을 탓하는 경향이 많다. 왜냐하면 본인 스스로 그 허물을 인정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정이나 직장에서 역시, 부부, 부모- 자녀, 고부, 동료, 상사-부하직원간의 갈등으로 인한 불협화음(不協和音)으로 힘들어 하는 것을 보기도 하고 겪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 인생살이의 다반사가 마냥 좋을 수많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슨 일이든 참지 못하고 성급하게 결정하면 잘못할 수 있으니, 불편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전후(前後) 사정을 잘 알아보고 행동해야 잘못이 없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 슬기롭고 지혜롭게 인내와 배려(配慮)를 하며 살아간다면 좀 더 나은 가정, 직장,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 역시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며 인내(忍耐)를 강조 하신 것 아닌가.

법구경(法句經)에 "자신의 입을 잘 단속하고, 자신의 마음을 다잡아라. 몸으로 악한 행동을 저지르지 말라. 이 세 가지를 잘 지키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가게 되리라."하였다. 또한 사회적 덕목으로도 인내는 개인 수양의 차원을 넘어 사회의 질서를 만드는 일이다. 너와 나 모두가 욕심과 화를 참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일이 없을 것이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우리 모두 `참음`을 실천해 멋진 나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내가 멋질 때 우리 가정도 멋져질 것이고, 내 주변엔 멋진 사람들이 모일 것이니. 내가 무엇을 계획한들 못 이룰 것이 없지 않겠는가. 참음으로서 진정한 라온(즐거움과 행복)을 이루어 삶에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healing)하여 2018년 한해, 멋진 가정, 멋진 사회를 만들어가는 멋진 여러분이 되시길. 광수사 주지 무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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