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인들은 기원전 7세경부터 디오니소스 신의 축제를 시작했다. 신화와 전설을 모아 춤과 음악으로 표현한 연극을 했는데 시를 노래하듯 표현했으니 야외공연으로 적격이었을 것이다. 모든 그리스인들이 참가하고 배우를 선발했다. 미국 TV연예인 오디션 프로그램중 갓탤런트처럼. 이때는 삼일치법을 지켰다. 모든 연극은 한 공간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하루 만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칙이다. 벌써 딱딱해 보인다. 이는 아리스토델레스의 시학에서 주장한 연극 법칙이라 딴지를 걸 수가 없었다. 플라톤의 제자이며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인 그는 물리학·형이상학·시·생물학·논리학·수사학·정치·윤리·도덕 등 인문과학전역을 통달한 철학자로 당시 유명한 희곡 수백 개를 섭렵하여 재미있게 만들어지는 연극 법칙을 찾아낸 것이라 더욱 그랬다.

나는 한때 그리스 비극에 의문을 품었다. 왜 왕가의 이야기에 열광하는지 노예와 서민여성들의 삶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선거권을 가진 그들만의 민주주의를 보고 민주주의 발상지라고 하는 것도 불만이었다. 대학 때 이런 생각을 품었으니 내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겠다. 그러다가 찾아낸 것이 희곡 `뤼시스트라테`다. 그리스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쓴 이 작품은 내 눈을 번쩍 뜨게 했다. 아테네 젊은 부인 뤼시스트라테는 전쟁으로 남편들이 사람답지 못하게 사는 것과 남편으로 책임을 다하지 않는 모습에 염증을 느끼고 적군아군 없이 여자들을 모아 잠자리를 거부하는 싸움에 돌입한다는 이야기다.

점거농성으로 시작해서 협상을 하고 결국 여자들은 집으로 돌아간다는 이 발칙한 상상에 박수를 보냈다.

비극은 왕가의 비극이라 남 이야기 같았고, 오랜 시간 탈춤을 추어온 나로서는 우리나라 이야기도 많은데 굳이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을 고대그리스에서 가져올 것까지 있겠는가 하는 반항도 있었다.

이제 나이 오십 줄이 넘고 사람은 과거나 지금이나 위나 아래나 같은 고민을 하고 산다는 것을 체득했다. 연극으로 알게 된 것도 있지만 삶이 그랬다. 나 홀로 생의 섭리를 깨달아 독야청청하리라 착각했던 우물을 벗어나 관객의 눈을 통해 더 넓은 인간의 마음을 보게 된 것이다. 그 중에 뤼시스트라테가 있었다. 싸스 카리스토!(감사합니다, 그리스어) 아리스토파네스! 이시우 연극배우 겸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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