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가지고 다닌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조폐공사? 어렵지 않을까요?" 최근 외부 인사를 만날 때마다 필자가 듣는 말이다. 많은 사람이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에서 조폐공사의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조폐공사의 역할은 단순히 화폐를 만드는 일이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창립 이후 지난 67년 동안 조폐공사가 해왔던 사업들을 보면 역할이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다. 단순히 은행권(지폐)이나 주화(동전) 같은 화폐뿐만 아니라 주민증, 여권, 특수보안용지, 훈장, 동전, 메달 등 660여 종류의 제품을 220여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다양한 제품이지만 자세히 보면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국가와 국민경제,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결코 가짜가 있어서는 안되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이를 `공공진본성(Public Authenticity)`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은 혁명이 펼쳐지는 `장(場)`이 `온라인`이라는 특징이 있다. 4차 산업혁명 키워드로 꼽히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의 공통점은 모두 온라인에서의 새로운 기술혁명이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의 공공진본성 곧 공공의 경제, 사회질서를 위해 가짜가 있어서는 안되는 대상들도 대부분 온라인에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블록체인(Block chain)이란 거래정보를 기록한 원장을 개인 간 네트워크에 분산해 참여자가 공동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의 속성은 보안성과 투명성으로, 온라인 세계에서의 `신뢰기계`인 셈이다. 온라인에서 가장 신뢰가 필요한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상화폐)에 블록체인 기술이 응용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조폐공사가 구축중인 `공공 신뢰플랫폼`은 공공행정, 공공 온라인 거래, IoT 등 공공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다. 현재 몇 가지 블록체인 응용 공공서비스에 대한 설계와 진본임을 안전하게 증명해주는 TSM(Trusted Service Management·신뢰기반서비스관리자) 기술은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공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은 `그 시대에 필요한 공공재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야 한다. 조폐공사는 이런 관점에서 지난 67년 동안 추구했던 공공진본성 실현의 연장선이 4차 산업혁명에서는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까에 대해 수년간 고민해왔다. 그리고 해답이 공공 신뢰플랫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조폐공사를 통해 펼쳐질 4차 산업혁명에서의 신뢰사회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김의석 한국조폐공사 블록체인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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