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중학교 학생 5명이 또래 학생 2명을 무차별 집단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가 일단락된 모양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5명 중 2명은 특수상해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고 하고 나머지 3명은 불구속 입건 처리됐다고 한다. 이번 대전 중학생 폭행사건은 고약한 구석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폭행 모의 및 동기, 행태 등이 조폭 뺨 칠 정도인 데다 폭행 사건 후에도 피해학생을 집요하게 괴롭힌 정황증거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 사건은 청소년 폭력의 양태 측면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을 만큼 질적으로 안 좋아 보인다. 피해학생 2명은 지난 달 길을 걷다 또래 학생 5명의 위력에 눌려 대전 보문산 사정공원으로 끌려갔으며 항거불능 상황에서 폭행을 당한 것으로 돼 있다. 더구나 당일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가해학생들에게 잡혀 있었다니 그 공포감이 극에 달했을 것이다. 자신의 의사에 반해 범행장소로 이동했다면 약취·유인의 소지가 없다 할 수 없으며 그에 이어 가해학생들은 2명을 청테이프를 사용해 손발을 묶는 한편, 입 주위에도 붙이는 등 가공할 실력적 지배 하에 두기를 서슴지 않았다. 경찰이 파악한 가해학생들 휴대폰 속 이미지 파일은 빼도 박도 못할 증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요구는 결국 금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학생들이 돈을 가져오는 것을 조건부로 6시간 폭행 만에 풀어주었다는 게 피해학생들 측 진술이라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폭행 정도 역시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었음을 짐작케 한다. 피해 학생 1명의 경우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을 뿐 아니라 폭행 후유증으로 심각한 불안증세와 우울 증상까지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피해학생 부모들은 이런 사실도 바로 눈치 채지 못했던 듯한데 자녀들이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고도 후환이나 보복을 걱정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형사범죄를 구성하는 이번 폭행사건에 중 3생들이 가담했다는 점에서 일단 학교폭력의 연장선이다. 동급생, 같은 반 여부 등을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표적`으로 삼은 뒤 실행에 옮겼다. 더 문제는 기성 조폭 행태를 닮아가는 중학생 사회의 탈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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