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다시 시작됐다.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북한의 핵무장과 미사일 개발을 반대하고 있지만 북한은 끈질기게 핵과 미사일 개발과 시험발사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목숨을 걸고 매달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남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크게 뒤졌고 지속적인 국가 생존을 위하여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체제의 모순을 극복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러한 폭주는 체제가 붕괴되거나 지도체제가 변하기 전까지 계속될 수 있다.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면서 우리의 안전을 지킬 방법으로 우주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의 사전 포착이나, 날아오는 미사일 방어 등 국가 안보에 핵심적인 기술들이 모두 우주기술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한국형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자력으로 갖추려면 기술적 난이도나 대규모의 개발 비용을 해결해야 하고, 국민적 동의도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UN 산하 국제연합공업개발기구(UNIDO·United Nations Industrial Development Organization)의 2015년 평가에 의하면 한국의 제조업과 공업 기술력은 세계 4위로 인정받고 있다. 우주개발 경쟁력도 2015년 기준 세계 8위 수준이다. 이미 상당 수준의 전후방 기술들이 갖춰져 있다는 뜻이다. 새로 필요한 기술과 부품은 자력 개발 또는 국제 기술 협력을 통해 충분히 수급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 시스템 개발에만 10조 원 정도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국가 경제에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 안전을 생각할 때 필요한 투자다.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면서 방어 체계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된다. 올바른 전략과 지속적인 투자만 이루어진다면 한국형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충분히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5기의 지구관측 위성 다목적아리랑위성과 1기의 정지궤도 천리안위성을 개발해 운용 해왔다. 저궤도 위성에 탑재된 광학 카메라의 해상도는 55cm 정도로 선진국 수준이며, 그 성능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 악천후와 밤에도 관측이 가능한 영상레이다와 적외선을 이용한 관측 탑재체도 운용 중이다. 밤낮으로 주변 정보를 신속하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려면 더 많은 위성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 간의 기술 개발을 통해서 고성능 위성을 자체적으로 개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위성을 통해서 얻는 막대한 데이터는 빅테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거의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위성을 우주로 보낼 우주발사체 기술도 개발 중이다. 2020년쯤 발사될 한국형발사체가 성공하면 명실공이 우리의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갖추게 된다. 실질적인 우주선진국 진입을 알리는 것이다.

추진 중인 달 탐사도 국가 안보 기술과 연결된다. 달 탐사는 우주 기술을 한 단계 진일보 시키는 지평을 열게 될 것이다. 우리 발사체로 발사된 달착륙선이 38만㎞를 날아가 한 치의 오차 없이 달에 착륙하는 기술을 얻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1만㎞ 이상 비행하는 발사체를 정확히 목표물로 유도하는 초정밀 미사일과 기술적으로 동일하다.

다행히 지난 20년간의 우주개발을 통해 대한민국은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기술력과 경제력을 갖추게 되었지만 미국과 중국 등 우주선진국들에 비해 제한된 인력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우주와 국방안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선택과 집중하여 산학연을 포함하는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개발된 우주와 안보기술들은 개발과정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해외에 수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안보 위기를 극복하는데 지름길과 쉬운 길은 없다. 지금의 위기는 큰 기회일 수 있다. 국가적인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융합기술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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