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자치구에서 근무하는 A씨는 `통합사례관리사`(기간제)로 근무중이다.

통합사례관리사는 공공부조가 닿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발굴해 각종 재단의 경제적 지원을 연결해주는 일을 한다.

A씨는 이 일을 1년 6개월째 해 오면서 몸은 힘들지만 보람은 가득했다고 한다. 사회적 온기가 닿지 않는 이들의 삶이 자신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회복됐기 때문. 하지만 최근에는 고용불안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추진하며 통합사례관리사도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음에도 A씨가 일하는 구청에서는 내년 신규채용 공고를 내고, A씨에게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A씨는 "내가 일하는 구청뿐만 아니라 다른 구청들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채용기간도 기존 10개월에서 8개월로 줄였다"며 "같은 기관에서 9개월 이상 일하면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더 이상 구청에서 일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정부의 정책으로 기대를 품고 있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화도 나고, 슬프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아동복지교사와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간호사에 대해 대전의 각 구청이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통합사례관리사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다.

11일 더불어민주당 김동섭(유성구2) 대전시의원에 따르면 대전에는 총 56명의 통합사례관리사가 근무중이다. 이중에서 국비지원을 받는 사례관리사가 27명, 전액 시비로 운영되는 사례관리사가 29명 규모다. 국비지원 관리사는 무기계약직 16명과 기간제 11명으로 나뉜다. 같은 일을 함에도 각자의 처지가 다르다.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들을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명시했다. 상시·지속업무인 데다 당해 직무가 연간 9개월 이상 계속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전의 일부 구청은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계약만료를 통보하거나, 신규채용시 채용기간을 8개월로 줄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비 지원 사례관리사는 일정 프로젝트 기간동안만 채용하기로 애초부터 약속이 돼 있었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더 이상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정부의 복지 정책이 바뀌면서 많은 사례전담공무원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청에서 채용한 인력은 정규직 심의위원회의 결과에 따라 결정한다. 시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동섭 의원은 "인력을 양산만 해놓고 책임은 지지 않고 있는 형태다. 이미 시 행정감사에서 지적한 사항"이라며 "시가 내년도 자치구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인력지원 사업을 추진 중인데 채용 공고를 할 때 통합사례관리사를 한 경력이 있는 경우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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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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