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학생 SNS 통해 협박성 글도 남겨

대전의 중학생 5명이 또래를 폭행하기 위해 청테이프로 손과 발을 묶어놓은 모습.
대전의 중학생 5명이 또래를 폭행하기 위해 청테이프로 손과 발을 묶어놓은 모습.
"학교 가기가 무섭고 그 날만 떠올리면 몸이 떨려요. 핸드폰과 돈을 뺏고, SNS에 협박하는 글을 올려요. 길을 걸어 다니는 것조차 두렵고, 그냥 죽어버릴까 몇 번이나 생각했는데 걱정하실 아버지를 떠올리며 참았어요."

학교 폭력이 갈수록 저 연령화되고 SNS 등 사이버 공간으로 퍼지며 2차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지난달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 집단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5일 대전의 한 중학교 3학년 A(16)군은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A군은 "서구 둔산동에서 친구와 걸어가던 중 가해학생들과 마주쳐 손과 발이 청 테이프에 묶인 채 이날 밤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여섯 시간 동안 5명에게 집단 구타당했다"며 "무차별적인 폭행과 욕설을 퍼붓고나서야 `집에 가서 돈을 가져오라`며 돌려보내줬다"고 말했다.

이번 폭행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같은 학교 친구들에게 상당 기간 학교폭력을 당해왔다. 길을 가다가도 특별한 이유 없이 욕설과 폭행을 당하고 핸드폰과 돈을 빼앗기는 일은 일상이었다"며 "계속되는 폭행이 두려워 연락을 피하기라도 하면 더 심한 욕설로 협박했다"고 말했다.

폭행을 당한 채 집에 돌아온 A군을 본 고등학교 1학년 친형이 부모님에게 알리고나서야 사건은 경찰에 신고됐다.

더 큰 문제는 사건 이후 가해학생의 SNS에는 `눈에 띄기만 해.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내용의 협박성 글이 게시 돼 있었다는 점이다.

SNS에 게시된 협박글을 본 A군은 입원해있던 병원에 가해 학생들이 찾아올까 두려워 퇴원 수속을 밟은 상태다. A군은 사건이후 얼굴과 몸 곳곳에 전치 3주의 타박상을 입은 채 극심한 불안과 우울증세 등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A군은 "치료보다 보복당할 것 같은 두려움이 더 커 퇴원했다"며 "학교에 가면 폭행을 당할까봐 출석을 못해 출석일수가 부족하다. 중학교 3학년 과정을 다시 다녀야 하는데 학교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군은 이어 "하루종일 집에 숨어있다가 저녁에 잠깐 나와 생활한다"고 고백했다.

A군의 아버지는 "단순 학교폭력 문제가 아닌 살인미수 사건이다. 아들은 만신창이로 매일을 두려움에 떠는데 가해학생들은 학교를 버젓이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며 "가해학생 부모들은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100만 원에 합의하자`는 말만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대전 서부경찰서는 A군 등을 폭행한 혐의(특수상해)로 가해학생 B군 등 2명을 구속하고, C군 등 3명을 불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자세한 답변은 하기 어렵다"며 "지난달 13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달호·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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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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