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부 R&D 예산은 19조 4615억 원으로 정부예산의 4.85% 수준이다. 지난 10년간의 R&D 투자는 150조에 달한다. 그렇다면, 기술의 사업화 성공률은 어느 정도 일까? 국회 예산처는 기술료 수입에 기업 생산성 향상 기여까지 포함한 우리나라 정부 R&D의 사업화 성공률이 약 20%로 영국 70.7%, 미국 69.3%, 일본 54.1% 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했다. 사업화 성공률에 대한 통계 출처가 불분명해 정책 수립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적도 있지만, 특허출원 기준 기술 이전률을 보면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처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의 정부 R&D 사업화 성공률은 낮은 걸까? 사업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도 산·학·연·관으로 구성된 기획 공동체를 통한 상시적인 기획 활동이 필요하다. 지금의 R&D 과제 기획 및 로드맵 수립은 일시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일시적이다 보니 참여하는 전문가나 시간이 부족하여 좋은 기획이 나오기 힘들다. 결국, 좋은 과제,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기획하려면 산·학·연·관이 기획 공동체를 형성하여 상시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시장의 흐름을 탐색해야 한다. 기획은 단기적인 성과를 바래서는 안 된다.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상시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와 예산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산업 협회나 조합의 참여와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좋은 기획은 풍부한 산·학·연 인력풀을 통해 가능하다. 특히, 기술사업화는 수요 대상인 산업계의 참여를 통한 초기 목표설정이나 방향제시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산업계의 참여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산업계는 서로 경쟁사이기 때문에 서로의 정보를 교류하거나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조직이 산업 협회나 조합이다. 협회나 조합은 중립적인 위치에서 산업계 멤버들을 조율하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리드가 가능하다. 따라서 산업계의 참여를 높여 보다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개발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협회나 조합의 참여와 리딩이 중요하다.

더불어 좋은 기획은 양질의 정보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일본의 후지키메라와 같이 장기간, 다국적의 기업 정보와 산업통계를 조사하고 보유한 리서치 회사가 없다. 풍부한 산업 정보력은 그 나라의 좋은 기획을 낳는 밑거름이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마켓 리서치 회사를 발굴하고 키울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독일의 Industry 4.0도 독일 연방정부의 지원 하에 주요 기업을 망라한 산업계와 협회, 학계 및 연구원이 공동 협력하는 기획 공동체가 밑바탕이 되었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대비하고 기술혁신을 통한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업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획역량을 높여야 한다. 신동수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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