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헌책방 거리 가보니…

겨울 한파가 대전 동구 원동 헌책방 거리에도 몰아쳤다. 인도까지 헌책이 점령하고 있지만 이곳을 찾는 이는 하루에 손 꼽을 정도다. 10년 전 12곳의 헌책방이 운영되며 헌책방거리로 불렸던 이곳은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 호황으로 이젠 5곳 밖에 남지 않았다. 사진=강은선 기자
겨울 한파가 대전 동구 원동 헌책방 거리에도 몰아쳤다. 인도까지 헌책이 점령하고 있지만 이곳을 찾는 이는 하루에 손 꼽을 정도다. 10년 전 12곳의 헌책방이 운영되며 헌책방거리로 불렸던 이곳은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 호황으로 이젠 5곳 밖에 남지 않았다. 사진=강은선 기자
지난 8일 오후 대전 중구 원동 헌책방 거리. 헌책방 거리의 터줏대감인 고려당서점 앞에 리어카 한 대가 섰다.

리어카 주인은 두꺼운 책 5권을 서점 앞 인도에 쏟아냈다. 장세철(83) 사장은 책을 꼼꼼히 훑고는 책을 팔러 온 이에게 천원 짜리 몇 장을 쥐어줬다. 55년 째 한 자리에 있는 고려당서점은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이다. 장 사장은 "헌책방은 어찌보면 사양산업일 수 밖에 없다"며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편리하게 책을 살 수 있는데 구태여 이곳까지 오겠냐"고 말했다.

한 손님이 서점 앞에서 중국 여행책을 찾는다. 10㎡ 남짓한 서점 안에 들어가지 못한 책 수 백권이 인도까지 나와있었지만 장 사장은 손님이 원하는 책을 찾아주지 못했다. 김태영(46·대덕구 읍내동)씨는 "여행가기 전에 볼 책이라 저렴한 헌책방에서 사려고 했다"며 "저렴하고 정보의 차이도 없어서 종종 헌책방 거리를 온다"고 했다.

고려당서점을 찾는 이는 일일 20여 명. 이마저도 매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겨울이 온 대전 헌책방거리는 경영난 `한파`가 몰아친 듯 썰렁했다. 1960년 대 원동서점이 첫 문을 열고 이어 박문서점이 생기면서 이곳은 책방거리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중앙시장, 홍명상가까지 모두 20여 곳의 책방이 생겼다. 당시 이곳은 신간도서보다 중·고교 학생들이 배웠던 참고서와 교과서를 중심으로 팔았다. 1990년대 들어 대형서점이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이곳은 `헌책방 거리`로 명명됐다.

그러나 지난 해 2대째 이어왔던 헌책방인 청양서점이 45년 만에 문을 닫았고, 앞서 또 다른 서점 두 곳이 폐업해 중고 레코드 가게로 바뀌면서 이제 이곳엔 고려당서점을 비롯해 성실서점, 영창서점, 육일서점 등 5곳 밖에 남아있지 않다. 10여 년 전 12곳의 헌책방이 있었던 이 거리의 명맥을 유지하는 서점이 반도 채 남아있지 않은 실정이다.

헌책방이 문을 닫는 속도와 비슷하게 대전엔 대형문고가 지속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올 7월 유성구에 영풍문고가 문을 열었고, 앞서 둔산동 교보문고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개점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서점 수익은 지난 해 처음 오프라인 서점을 앞질렀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의 `2016년 출판시장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예스24와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부문 등 온라인 서점 3곳의 매출액은 8701억 원을 기록해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등의 매출액(7756억 원)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2009년 문을 연 육일서점 관계자는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주로 소비하는 경향이어서 이 곳에서 수익을 올리는 건 쉽지 않다"며 "이 서점을 열기 전에 30여 년 동안 서점을 해서 개인사업으로 끌고 갈 뿐"이라고 말했다. 고려당서점 장 사장은 "부산 보수동 서점 골목도 한 번에 8곳이 폐업하는 등 전국적으로 헌책방 운영이 어려운 때"라며 "그래도 지역 도서문화 등 헌책방만이 가져갈 수 있는 길을 찾고 있기에 운영은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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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파가 대전 동구 원동 헌책방 거리에도 몰아쳤다. 인도까지 헌책이 점령하고 있지만 이곳을 찾는 이는 하루에 손 꼽을 정도다. 10년 전 12곳의 헌책방이 운영되며 헌책방거리로 불렸던 이곳은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 호황으로 이젠 5곳 밖에 남지 않았다. 사진=강은선 기자
겨울 한파가 대전 동구 원동 헌책방 거리에도 몰아쳤다. 인도까지 헌책이 점령하고 있지만 이곳을 찾는 이는 하루에 손 꼽을 정도다. 10년 전 12곳의 헌책방이 운영되며 헌책방거리로 불렸던 이곳은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 호황으로 이젠 5곳 밖에 남지 않았다. 사진=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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