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DNA(디옥시리보핵산)의 구조를 규명하고자 한다. 이 구조는 새로운 특징들을 갖고 있는데 생물학적으로 의미심장하다."

이렇게 시작되는 128줄의 짧지만 강력한 논문 한편이 인류에 끼친 영향은 엄청났다. 1953년 4월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은 유전 정보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물질인 DNA의 구조가 이중나선형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해 분자생물학의 기본적인 신비를 밝혀냈고 인간 유전체 계획 등 향후 생명과학 혁명의 단초를 마련했다.

왓슨과 크릭의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에서부터 시작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농업 분야에도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데 지금까지 육종학 등을 활용한 품종개량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생물이 탄생하게 됐다. DNA 이중나선 구조가 규명된 1950년대에서 1960년대 세계전쟁 이후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식량문제가 대두되던 때다. DNA 재조합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생물(작물)은 많은 논란과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는데, 오늘날 우리는 이것을 유전자변형생물체(LMO, Living Modified Organisms) 또는 유전자변형농산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이라고 부른다. LMO와 GMO는 동일한 의미로 볼 수 있으나 GMO는 두부와 같이 LMO가 생명력을 잃고 가공된 식품까지 포함한다.

LMO는 식량증산 활용, 질병 저항성 작물 개발 등 재배적 유익성과 인체 위해성, 환경에 대한 영향 등 잠재적 위해성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몬산토, 카길 등 다국적 기업자본에 의한 LMO의 상업화 글로벌화에 따른 생산유통 확대는 인체와 환경에 나타날 수 있는 안전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오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자들의 관심과 우려가 높아지면서 2001년부터 관련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LMO는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환경에 방출될 경우 생태계를 교란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농식품부, 환경부, 식약처 등 7개 부처의 협력을 바탕으로 LMO의 환경 위해성을 관리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사료·농업가공용 LMO에 대한 수입·생산 승인과 국내 유통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농관원 일선 사무소에서는 옥수수, 면화씨 등 사료용 LMO의 하역, 운송, 생산까지 전 과정을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오고 있다. 김해령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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