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이 통과된 이후 정치권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놓고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개헌 및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보조를 맞추기로 한 것에 대해 한국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헌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이미 지난 대선 때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후보들 마다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나름대로 개헌의 방향도 제시했다. 개헌 시기도 내년 지방선거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개헌 논의가 있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던 것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대통령 임기 초에 개헌을 하지 못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붙이려면 적어도 내년 2월 말까지는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내놔야 한다. 지금부터 서둘러도 일정을 맞추기가 빠듯하다. 그런데 한국당은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간 개헌 및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하기로 했다는 것을 빌미로 개헌 불가를 외치고 있다. 안그래도 개헌에 떨떠름했던 한국당으로서는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이 된 셈이다. 하지만 한국당 역시도 지난 대선 때 개헌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당시 홍준표 대선 후보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해야 한다며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공약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개헌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지방선거와 동시에 추진하면 안 된다고 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로 들린다.

30년 만에 추진되는 개헌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되는 만큼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사회와 시대 변화에 걸맞게 권력구조 개편이나 지방분권, 국민의 기본권 확대 등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얘기다. 촛불로 불타올랐던 민심도 담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이 정파적 이해에서 벗어나 힘을 모아야 한다. 국회 내 가동 중인 개헌특위와 정개특위도 올 연말이면 활동기간이 종료된다. 정말 개헌을 하려면 이를 연장해 개헌안을 마련하는데 주력하면서 국민들이 개헌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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