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경찰이 2015년 서천군의 한 신협에 감사를 나왔다가 8층 숙소에서 추락해 숨진 30대 회계사의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한다.

7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충남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0월 25일 해당 사건에 대한 탄원서를 접수, 재수사에 착수했다. 유족 측이 과거 수사과정에서 발견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재수사를 강하게 요청했다는 이유에서다.

발생 초 서천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되던 해당 사건은 충남청의 재수사를 통해 전모가 밝혀졌다. 피해자 A씨가 숙소 난간에서 담배를 피우다 실족사했다는 수사 결과와 달리, 그가 숨지기 전 다른 사람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2015년 1월 14일 서천의 한 신협에 회계감사를 나온 A씨는 이날 저녁 회식자리에서 신협 직원 B씨와 시비가 붙었다. B씨가 싸운다는 소식을 들은 B씨의 친족 C씨도 곧 A씨의 폭행에 가담했지만, 이후 다른 직원이 A씨를 숙소로 데려가며 상황은 일단락된 듯 했다. 이후 B씨와 C씨가 숙소까지 찾아와 2차례 겁을 주자 A씨는 폭행을 피하기 위해 창문과 방충망을 열고 발코니 밖으로 나가다 8층에서 떨어져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족 측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이 있다는 입장이다. 미흡했던 초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사실이 일부 있고, A씨가 추락에 의해 숨졌다고 볼 만한 정황 역시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A씨가 추락한 이후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하지 않았던 점, 배게에 혈흔이 묻어 있었음에도 이를 유족 측에게 알리지 않았던 점, 8층에서 추락한 A씨가 외표 검사 상 머리에 특별한 외상이 없었던 점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추락 지점에서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당시 만취 상태였던 A씨가 숙소 건물-추락 지점까지의 3m를 도약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유족 측 관계자는 "외표 검사 상 두부에 멍이나 특별한 손상이 없었다. 8층에서 떨어졌는데 머리쪽에 손상이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그동안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 대검찰청 등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억울함이 풀렸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유족 측의 요청에 따라 수사를 다시 추진하게 됐지만 편견 없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겠다는 반응이다.

이강범 충남청 광역수사대장은 "유족들이 과거 수사 과정에서 의문을 가진 부분을 재수사 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며 "수사는 기본적으로 `제로베이스`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유·무죄를 판별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족들을 비롯해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 편견 없이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전희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