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의 인문학

먹는 방송, 일명 `먹방`이 대세다. TV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에서는 끊임없이 무언갈 먹는 장면을 내보낸다.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인 식욕을 자극한다. 인터넷방송BJ(Broadcasting Jockey)는 푸드파이터를 따라하며 일정 시간 내 다량의 음식을 섭취하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기본욕구 중 하나인 식욕을 대리만족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되려 과식을 하는 이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책 `식습관의 인문학`의 저자 비 윌슨은 많은 사람들의 식습관이 왜 그토록 잘못됐는가 하는 문제의 핵심이 먹는 법을 어떻게 배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현대인의 식습관문제를 풀어간다. 현대의 가장 큰 공중 보건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음식 선택을 더 잘하도록 설득하느냐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여태껏 다른 방식으로 먹는 법을 배운 적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먹고, 자신이 아는 것만 좋아한다. 칼로리가 높은 식품이 이토록 풍부하고, 식품의 크기, 식사 시간을 규제하는 규범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인구 집단이 먹는 법을 배운 적은 이전에 한 번도 없었다.

비 윌슨은 인간이 본래 잡식동물임을 상기시킨다. 잡식 동물인 인간이 다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먹는 방식을 바꾸는 데 아주 뛰어나다는 사실을 망각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유혹적인 포장지에 싸인 값싼 고칼로리 식품이 사방에 널려 있는 환경은 일찍이 인류가 경험한 적 없는 환경이다. 구석기 시대 수렵채집에게 필요했던 것과는 아주 다른 기술들이 필요하다.

식습관 습득은 어린 시절에 배운 다른 기술들, 예컨대 신발 끈을 맨다거나 수를 센다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훨씬 신비한 기술이다. 문제가 있는 식습관을 습득할 때와 마찬가지로 인지를 하지 못한 채 습관을 길들이고, 익숙한 자신의 일부가 되기 마련이다. 중요한 점은 건강에 좋은 음식을 적당량 즐기도록 `쾌락 이동`이 일어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아는 것이다.책은 식습관을 바꾸려면, 우리를 이렇게 만든 음식의 경험을 다시 배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합리적인 논의를 거쳐 일어나는 것이 아닌 매번의 식사를 통해 일어나는 일종의 재조건 형성으로 본다.

날씬해지는 방법을 알려주진 않는다. 대신 음식에 역겨움을 느끼거나 고통을 받지 않고, 음식에서 자양분과 행복을 얻는 상태에 이르는 방법을 알려준다. 식습관과 음식, 이제까지 잘못 알고 이해하고 행해온 모든 과오와 착오, 오류들을 하나씩 짚어낸다. 남·여아이의 단백질 공급량의 문제, 가정과 학교와 사회 전체적으로 잘못 시행돼 온 문제들을 영양·유전·심리학 등 모든 분야를 종횡으로 활보하며 탐색한다. 비 윌신의 풍부한 식습관 이야기는 그 동안 가져왔던 식습관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김대욱 기자

비 윌슨 지음·이충호 옮김·문학동네·508쪽·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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