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와 함께 프랑스 와인의 양대산맥인 부르곤뉴(Bourgogne) 와인 지역은 지중해로 흐르는 론(Rhone)강 상류인 손(Saone)강과 대서양으로 흐르는 루아르(Loire)강 상류 사이에 남북으로 길게 위치합니다. 위로부터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샤블리(Chablis), 꼬뜨드뉘(Cote de Nuits), 꼬뜨드본(Cote de Beaune), 꼬뜨 샬로네즈(Cotes de Chalonnaise), 마꼬네(Maconnais)의 5개 지역으로 구성되는데, 지난 11월 8일 칼럼(와인과 마켓팅)에서 설명드렸던 보졸레 지역도 공식적으로는 부르곤뉴의 맨 아래 마꼬네 지역에 속합니다. 부르곤뉴의 유명한 마을 대부분은 황금언덕(Cote d`Or)으로 칭해지는 꼬뜨드뉘와 꼬뜨드본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보르도와는 달리 레드 와인은 피노누아(Pinot Noir), 화이트 와인은 샤르도네(Chardonnay) 단일 품종으로 만듭니다. 또한 샤또를 명칭으로 사용하며 대규모 포도원을 운영하는 보르도와는 달리, 포도밭이 작은 단위로 나뉘어 포도 재배와 와인 제조가 따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클로드부조(Clos de Vougeot)는 면적이 보르도 1개 샤또 수준인 50여 헥타르에 불과한데, 소유자가 70명 이상입니다. 와이너리 명칭은 직접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도메인(Domaine)을 주로 사용하고, 포도를 사들여 제조하는 경우엔 제조사명(대부분 창립자 이름)을 사용합니다.

부르곤뉴의 피노누아는 전반적으로 탄닌이 적고 벨벳 같이 우아한 감촉을 지닙니다. 단일 품종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와이너리별로 각기 다른 풍미를 지니는데, 이는 와이너리들의 차별적인 제조방식에도 기인하지만 토양의 독특함에 좌우됩니다. 이 지역은 지반의 융기에 의해 만들어진 완만한 경사의 구릉지인데, 쥐라기 시대에 퇴적되어 성분이 서로 다른 토양이 양파처럼 겹겹이 복잡한 구조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 지역의 언덕은 동쪽으로만 경사가 져 있고 높낮이 차이는 200미터 정도나 됩니다. 위치가 낮고 평평한 밭들은 너무 많은 영양분 탓으로, 높은 위치의 밭들은 낮은 기온으로 인해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지 못합니다. 중간 위치의 완만한 경사지에 좋은 밭들이 위치합니다. 바로 길 건너의 와인들 사이에도 엄청난 품질·가격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부르곤뉴 와인등급 상위는 그랑 크뤼(Grand Cru) 33개와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 684개가 구성하는데, 이들은 각각 부르곤뉴 와인 생산량의 2%와 10%만을 차지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꼽히는 도멘 로마네공띠(Romanee-Conti)의 모노폴(독점밭) 로마네공띠가 속한 본로마네(Vosne-Romanee) 마을, 나폴레옹이 전쟁터까지 공수해다가 마셨다는 샹베르땡(Chambertin) 그랑 크뤼 9개가 속한 즈브레-샹베르땡(Gevrey-Chambertin) 마을 등을 포함하는 꼬뜨드뉘 지역은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레드 와인을 생산합니다.

꼬뜨드본은 꼬뜨드뉘에 비해 화이트 와인 생산 비중이 높습니다. 꼬뜨드본의 대표적인 그랑 크뤼 화이트 와인은 코르똥 샤를마뉴(Corton-Charlemagne)와 몽라셰(Montrachet)가 있습니다. 코르똥 샤를마뉴는 수염을 길렀던 카롤링거 왕조의 샤를마뉴(742∼814) 대제가 수염을 더럽히지 않을 맑은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코트드본 지역의 코르똥 언덕에 화이트 품종을 심어 즐겨 마셨다고 합니다. 몽라셰는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엘리자베스 2세가 버킹엄궁에서 주최한 국빈 만찬에서 만찬주로 나왔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가 `고딕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장엄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는군요.

신성식 ETRI 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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