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화성-15형 미사일을 쏘아 올리면서 한반도 정세는 말 그대로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상태이다. 8월 위기설 이후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거론에 몸을 움츠렸던 북한이 다시 미사일을 보란 듯이 쏘아 올리면서 일촉즉발의 위기를 조장하는 이유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시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화성-15형 발사 당일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카드를 다시 강조해 추가 도발의 명분을 쌓고 핵 고도화를 완성할 시간을 벌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한반도의 정세가 이렇듯 위기인 가운데 우리나라의 관광환경도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심각한 위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관계개선으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귀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물론 전년 동월(2016년 9월) 대비 방한 외래관광객은 29.2%나 감소했고,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인한 관광·숙박업계의 매출 타격이 올해만 7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지속적으로 중국 이외 아시아 국가나 미주 방문객이 늘면서 유커 감소로 인한 타격이 다소 상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국제관광시장에서 유사한 경제적 조치에 대응하려면 관광과 수출 등의 분야에서 다각화를 추진해 특정 교역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우리나라 관광시장이 이런데 지방도시인 대전의 경우는 어떠한가. 다양한 분야에서 대전의 관광을 위해 다각도로 정책과 현안들을 다듬고는 있지만 위기의 대전 관광을 해결하는 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더군다나 대전시 수장이 낙마한데 이어 전 시장이 진행하고 있던 여러 가지 관광사업들의 차질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실정이다. 돌이켜보면 대전시가 그동안 대전시 관광사업을 위해 무엇을 추진해 왔는지도 사실 명확하지 않다. 4차산업 특별도시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시점에서 시장의 낙마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2011년 11월 11일 11시 11분 11초에 대전시가 특별한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필자도 웨딩관광과 의료관광의 만남이라는 관광 콜라보레이션을 기대하며 사업에 참여한 기억이 있다. 이 행사는 사단법인 대전의료관광협회가 중국 신혼부부를 초청, `대전건강결혼여행`을 주선한 일이었다. 1000년에 한 번 있는 2011년 11월 11일을 기념하고 대전에서 의료관광과 결혼을 함께하는 상품을 개발, 중국내 신혼부부를 겨냥한 맞춤형 상품이었다. 중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숫자 1자가 14번(11년 11월 11일 11시 11분 11초 11쌍)이나 들어있어 결혼하는 부부들은 큰 복을 받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시작된 기발한 발상이었다. 특히 이들의 결혼식은 우리나라 전통혼례로 열려 우리나라 문화를 배우는 기회가 됐다.

2011년만 해도 한창 한류의 영향으로 중국인들의 한국 방문이 줄을 잇고 있을 때 대전시가 기획한 기발한 관광마케팅의 일환이었다. 물론 당시만 해도 정치환경이나 경제환경, 사회여가환경이 지극히 친 한국적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은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관광정책으로 대전의 관광시장을 조력해 가려고 노력했던 점은 지금도 시사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전의 관광정책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임진왜란 당시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있을 때 이순신장군의 초개와도 같은 삶에서 대전의 관광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자 하는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백의종군 후 나라를 구하기 위해 바다로 나선 이순신 장군에게는 최악의 조건이었던 명량해전을 생각해 보자. 열두척의 전선으로 무엇을 하겠느냐며 이순신장군을 주저앉히려는 조정에 그는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 즉 `신에게는 아직 전선 열두척이 남았나이다`는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대전의 관광을 위해 제갈량과 같은 전략가도 필요하겠지만 필자는 이순신 장군과 같이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했던 지략과 실천과 행동을 우리는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전의 관광활성화를 위해서 "대전에는 아직 관광정책 12가지가 남았나이다"라는 각오로 아쉬운 2017년을 보내면서 2018년에는 1년 12달 12가지 대전의 관광정책이 마련되고 실천되기를 소원한다. 김수경 우송정보대학 호텔관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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