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놀 권리가 있다."

스위스의 교육학자인 페스탈로치가 한 말이다. 19세기에 이미 아이를 인격체로 존중해줘야 한다며 아동의 권리를 주장했다. 이후 세계 1,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아동의 인권문제가 관심을 받게 됐으며 20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아동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국제적 여론이 형성됐다.

국제적 흐름에 발 맞춰 일제강점기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방정환 선생은 아동의 권리보호를 위한 사회적 계몽활동을 활발히 펼쳤으며, 광복 후 한국전쟁을 겪는 등 빈곤의 시대였음에도 사회적 인식제고를 위한 노력들이 이어졌다. 그 결과, 우리나라도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했다. 본 협약에서 제시하는 4대 기본권인 생존·보호·발달·참여권 보장과 권고사항 이행을 위한 아동친화도시정책들이 추진됐으나 경제적 성장만큼 아동권리의 실질적 신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정책들 대부분이 중앙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됐고 정작 주체인 아동보다는 어른의 시각으로 재단돼 왔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참여권을 비롯한 아동권리의 보장을 위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실천적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 10월 31일 대전 유성구는 유엔산하기구인 유니세프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이는 대전·충남에서는 최초로 꼽힌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의 4대 기본권 이행과 친화도시 조성의 10대 원칙을 준수하며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의 결실이라 생각한다. 구는 민선 6기의 중요한 정책과제로 `아이들이 행복한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선정해 부서별 협업을 통해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또한 전문기관에 의뢰해 놀이와 여가, 참여와 시민권, 교육환경 등 아동관련 영역 전반에 걸쳐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아동권리협약의 4대 기본권 중에서 아동친화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참여권의 확대를 위해서 어린이청소년의회와 구정참여단을 구성했다. 아동의 눈높이에서 정책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결과를 다시 구정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와 함께 어린이·청소년 정책창안대회를 개최해 시책발굴의 장을 마련하는 등 참여권보장에 무게를 뒀다.

이 밖에도 놀이·안전분야에서 유아전용 숲 체험원 조성 등 40개 전략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아동친화예산서를 작성해 매년 사업별 분석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더욱이 아동의 권리구제와 보호를 위한 아동권리옹호관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추진과정에서는 교육청, 경찰서, 아동전문기관, 민간단체 등과의 협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유엔산하기구로부터 아동친화도시인증을 받는다는 것은 구정의 신뢰도 및 이미지를 크게 제고시키는 일이기에 구민들에게 기쁘고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추진과정을 통해서 모든 아동이 행복한 도시로 조금씩 변화돼 가는 과정이 더욱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아동은 미래세대의 희망이며 주역이다. 유성구는 전체 인구에 대한 아동의 비율이 21%로 대전시 타자치구 중 가장 높아 아동관련 정책의 수요가 큰 편이다. 아동에 대한 투자만큼이나 값진 것이 있겠는가. 어려서부터 존중받는 아이가 커서도 행복한 법이다. 유니세프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물론 대내외적으로 아동이 행복한 도시로서의 인프라를 기준에 맞게 구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증 받은 일이 자랑스럽고 보람된 일이지만 보여주기로만 끝나선 안 된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구는 지속적으로 아동의 눈높이에 맞는 시책개발과 투자에 행정력을 모을 것이다. 이제 우리의 희망인 아이들의 권리가 존중받고 사랑받으며 장차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정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더 나아가 온 나라가 나서야 한다. 아동이 우리의 무한한 희망이기에…. 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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